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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관문·도어록까지 옵션비용 1억 더내래요"

박지애 기자I 2023.04.04 18:22:01

[신축 아파트 '옵션 장사' 논란]
필수 건자재 품목인데 옵션에 포함
분양가와 1억원 이상 차이나 당황
소비자 선택폭 확대 긍정적 취지지만
분양가 낮춘 대신 '전가성 옵션' 지적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풀옵션과 기본가가 1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문제는 선택을 안 할 수 없는 현관도어록, 방충망, 단열필름 같은 생활에 필요한 필수 건자재 품목도 모두 옵션에 포함돼 있어요.”

구리 롯데캐슬 시그니처 청약 당첨된 김 모 씨는 계약서에 적힌 옵션을 보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신축 아파트의 옵션이 다양화·고급화하고 있지만 기본형과 풀옵션의 차이가 1억원 안팎까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건설사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도어록에 방충망 등 생활에 필요한 필수 건자재 품목 대부분을 옵션으로 판매하자 건설비를 충당하기 위한 ‘옵션 장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경기도 구리시에 신규 공급된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전용 82㎡ 기준 풀옵션 가격과 기본가격의 차이는 발코니 확장비를 포함해 총 9100만원이다.

당첨자들은 거주에 필수적인 건자재 품목을 옵션으로 별도 판매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분양가가 낮아 보이도록 ‘착시현상’을 일으켜 수분양자를 모집한 뒤 결국 옵션으로 건설비를 전가하는 옵션 장사 아니냐는 것이다. 김 씨는 “현관문에 통상적으로 다 적용하는 도어록과 중문에 스타일업까지 선택하면 30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알아보니 환기시스템은 200만원에 가까운데 선택하지 않아도 기본 환풍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이를 모르면 중복으로 불필요하게 옵션을 선택할 뻔했다. 건설사가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애초 이 아파트는 ‘현관문’까지 옵션에 포함했다가 수분양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현관문을 스케일업하는 옵션으로 변경했다. 최근 서울에서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분양을 성공리에 마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영등포자이디그니티’도 기본가와 풀옵션의 차이가 1억원을 웃돌아 고가 옵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고급화 선택항목과 ‘빌트인’ 가전 등의 선택지를 옵션 항목에 포함했다. 585만원을 추가하면 부엌 붙박이장 깊이와 똑같이 주문 제작한 삼성비스포크 냉장고를 설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도 입주자 사이에선 구형 모델을 비싸게 사야 하냐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에 당첨된 이 모 씨는 “기본과 고급화의 격이 너무 달라 고급화를 하려고 해도 너무 비싸 고민하고 있다”며 “주방을 예로 들면 상부장이나 몇 가지 변동하고 수전하나 교체했더니 1000만원이 훌쩍 넘고 욕실도 세면기 양변기 2개씩 하고 수전을 바꿨더니 800만원이 넘었다”고 했다.

서울 양평동 영등포자이디그니티 단지 전용 84㎡도 기본 분양가가 11억7900만원인 데 고급 자재를 쓴 인테리어 특화 등 풀옵션을 선택하면 분양가가 12억8400만원을 넘는다. 전문가들은 옵션의 원래 목적이 소비자의 선택을 넓히는 것인데 필수 건자재까지 포함한 ‘전가성 옵션판매’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천편일률적인 내부 인테리어가 아닌 개인의 취향과 구매의도를 반영하겠다는 게 옵션을 도입한 취지인데 옵션 가격이 터무니없거나 필수 품목을 옵션에 넣는 행태는 지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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