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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손준성 탄핵절차 개시…“심판 멈춰달라”vs“선례 없다”

박정수 기자I 2024.03.26 18:15:44

‘손준성 검사 탄핵안’ 첫 변론준비기일
손 측 “탄핵과 형사 절차 병행 바람직한가”
국회 측 “탄핵 심판은 형사 사건 유무죄와 별개”
헌재 “재판부에서 논의해서 추후 통지”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고발 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 측이 2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탄핵 심판 절차를 멈춰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이에 맞서 국회 측은 탄핵 사건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정지된 사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26일 오후 3시부터 ‘손준성 검사 탄핵안’에 대한 첫 변론준비기일 진행했다.

손 검사장 측 변호사는 “1심과 달리 사실오인을 입증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탄핵 심판 절차와 형사 절차를 병행하는 게 과연 바람직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있다. 증인을 두 번씩이나 법원과 헌재가 신문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손 검사장 측은 고발장의 수령인으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의사를 헌재에 서면으로 밝혔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 변호사는 “기존 탄핵 사건에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정지된 사례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탄핵 심판은 고유한 기능과 목적을 갖고 있고 형사 사건 유무죄와 별개로 헌법 위반이나 검찰청법 위반에 대한 판단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변론준비 절차를 진행한 이은애 재판관은 다음 재판 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탄핵 심판을 정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재판부에서 논의해서 추후 통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양측은 서울고법의 항소심 재판 기록을 헌재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촉탁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측은 대검찰청의 자체 감찰 기록의 송부도 함께 요청했다. 헌재는 이날 신청을 채택할지를 정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1월 공직선거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 차장검사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손 검사장은 과거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미래통합당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손 검사장은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를 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손 검사장이 일명 ‘제보자X’로 불리는 지모씨 관련 판결문을 실명이 담긴 상태로 유포했다고 보고 개인정보 보호법 및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이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징역 3년, 공무상 비밀 누설 등 나머지 혐의로 징역 2년 등 총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공무상 비밀 누설 관련 일부 내용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다.

당시 선고 직후 손 검사장은 “사실관계와 법리 등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김웅 의원과 공모해 고발을 사주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하겠다”며 “짧지 않은 공직 생활 중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기에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손 검사장과 공수처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은 오는 4월 17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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