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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급증에도 전문인력 태부족…자치구 자가격리시스템 ‘구멍’

김기덕 기자I 2021.12.01 17:33:43

코로나19 대유행 속 역학조사 인력 등 부족
검사 통보·방법·장소 등 구별로 지침 ‘제각각’
격리자 최대 10명까지 관리하는 등 격무 시달려
“인적·물적자원 효율적 사용할 시스템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가정주부 박미희(41·가명)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박 씨의 6세 된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나와 바로 전 가족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해당 구에서는 검사안내 문자를 보낸 것 외에는 코로나19 검사 후 사흘이 지나도록 자가격리 대상 여부 등에 대해 그 어떤 연락도 없었다. 나흘이 지나서야 밀접접촉자로 분류,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이후 격리 끝나기 하루 전날에야 담당 공무원이 방문,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설치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 씨는 “이렇게 허술하게 자가격리를 안내하는데 누굴 믿고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코로나19 확산세가 날로 거세지면서 방역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서울시에선 확진자와 접촉한 자가격리자에 대한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 방역상황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서울시에선 K방역의 핵심인 3T(Test·Trace·Treat)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감염경로 불분명 50%…군·경찰·공무원도 역학조사 참여

1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서울시에 소속된 전문 역학조사관은 지난해 말 코로나19 3차 유행 당시 90명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70명대에 머물러 있다.

현재 25개 자치구 역학조사 인력은 1102명. 여기에 서울시와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역학조사 인력은 각각 50명, 280명이다. 다만 이 수치에는 공식적인 전문 역학조사관이 아닌 현장 조사를 지원하는 군·경찰 등 역학조사 인력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동안 서울 지역 역학조사관은 시에서 임명해 운영했으나 지난해 9월 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역학조사관 임명권은 자치구 구청장으로까지 확대됐다. 다만 군·경찰·중앙정부 파견 인력이 늘어나 실제 조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전문 조사 인력은 많지 않은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치구청장은 “역학조사 인력 임명권이 구청장 권한이라지만 정부 지원 인력이 대부분이고, 일반 공무원이 현장 추적조사를 진행할 경우 전체 인력 수치로 잡힌다”면서 “매일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조사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0시 기준 서울 신규확진자 수는 2222명 중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는 1137명으로 51%에 달한다. 연일 신규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감염경로 불분명 사례가 전체의 40~50% 비중을 차지해 지역사회에서 무차별적으로 집단 연쇄감염이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확진자 이동 동선에 따라 접촉자를 분류하는 역할을 하는 조사 인력을 교육 등을 통해 확충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라며 “이전에는 감염원이 어디인지 명확하게 조사하던 방식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접촉자를 신속하게 분리하고 격리하는 방식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일일 신규확진자 현황.
◇격리지침 뒤죽박죽…자치구 공무원도 격무에 분통

감염병 전담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일반 시민들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확진자 발생 케이스별로 격리시 검사 장소, 방법 등 방역 지침이 매번 달라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마포구에 사는 30대 남성은 “자가격리 해제 직전에 두 번째 검사를 받았는데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전담공무원에게 격리보호앱을 지우라는 얘기를 듣지 못해 직접 전화로 신고를 하고 밖으로 겨우 나가게 됐다”며 “격리 기간에도 24시간 모니터링한다고 했지만 평소 연락도 안되고 격리 지침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영등포구에 사는 한 전업주부는 “어린 자녀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보호자 자격으로 동반 격리에 들어가게 됐는데 보건소나 구청에서 동반 격리자에 대한 검사 횟수에 대한 얘기가 달라 결국 두 번이나 검사를 받았다”면서, “자가격리 해제 전 마지막 검사는 무조건 보건소에서해야 한다고 해 추운 겨울 1시간이나 넘게 줄을 서 겨우 했는데 뒤늦게 지인에게 검사장소는 무관하다고 들었다. 기준이 오락가락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이 긴 줄을 서 있다.
자치구 공무원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재택 치료가 현실화하고 자가격리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격리자 관리 모니터링을 직접 해야 하는데다 기존 업무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치구 한 공무원은 “부서나 업무와 상관없이 모든 공무원들이 자가격리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는데 많을 때는 동시에 10명까지도 관리해야 한다”며 “결국 기존 업무까지 마무리하려면 밤 10시나 돼야 퇴근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돌파감염이 크게 늘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대비해야 하는 등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는 현 상황에서는 인력이나 물품 등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조직이나 인력, 메뉴얼, 거버넌스 등을 새롭게 정립해 방역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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