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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1년·태영호 3개월 당원권정지…與지도부, 공백 현실화(종합)

김기덕 기자I 2023.05.10 23:12:34

김기현 지도부 두달여만에 사고·궐위
자진사퇴한 태영호 징계수위 감경된듯
김재원, 내년 총선 공천 사실상 막혀
“당내 반발 잠재우고, 갈등 봉합해야”

[이데일리 김기덕 이유림 기자] 잇단 설화로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지도부인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징계가 각각 1년, 3개월로 결정됐다. 앞서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를 불과 8시간 앞두고 최고위원직을 자진사퇴했던 태 최고위원은 윤리위가 제시했던 ‘정치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징계 수위가 다소 감경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김재원 최고위원은 원외 신분인데다 징계 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길이 막혀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제 김기현 지도부가 최고위원 공백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3·8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대표 체제가 꾸려진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지도부 공백(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 궐위·사고)이 발생한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징계 결정에 대한 당내 반발이 이어지는 등 내홍이 깊어지거나 추가적인 최고위원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현 지도부 체제의 존속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자리를 나서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징계수위 엇갈려…총선 공천 여부도 희비


황정근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약 5시간에 걸친 윤리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 태영호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발언은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전광훈 목사가 우파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한 강연 발언,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는 발언 등으로 징계 심의 대상이 됐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 발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JMS(쓰레기·돈·성) 민주당’ 글 게시,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을 일으킨 녹취록 유출 파문 등으로 윤리위에 징계안이 회부됐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황 위원장은 “정치인은 말을 통해 자신의 자질 역량과 인품 드러낸다”며 “당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일원으로 국민은 그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소속 정당을 평가하기 때문에 높은 품격을 갖추고 일반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맞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징계 처분으로 김 최고위원은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봉쇄됐다. 이에 따라 이번 윤리위 결정을 불복하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이날 오전 최고위원직에서 자진사퇴할 것을 밝혔던 태 최고위원은 원내 소속 국회의원인데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징계 처분을 받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윤리위 결정 이후 각 당사자들은 당의 결정을 수용하는듯한 입장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저를 지지해 주신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라며 “앞으로 당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서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본인 SNS에서 “(윤리위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다시 한번 국민들과 당 지도부, 당원 동지들과 윤석열 정부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최고위원 재선출시 1석만 가능…“리스크 계속되면 비대위 전환”


앞으로 국민의힘이 공백이 된 최고위원을 추가로 선출할지도 관심이다. 다만 이 경우 자진사퇴로 ‘궐위’ 상태가 된 태 최고위원의 자리는 선출할 수 있지만, 사퇴를 하지 않고 당원권 정지만 된 김 최고위원의 자리는 ‘사고’ 상태여서 공석으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매주 두 차례 열리는 최고위 회의에서 당 지도부 2명이 빠진 채 회의가 진행되는 그림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 궐위 시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하고 해당 후임을 선출할 수 있다. 해당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다. 전국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 당 대표와 최고위원,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도의회 대표의원, 상임고문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의 면면으로 볼 때 친윤석열계 인사가 후임 최고위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두 명의 최고위원이 공백이 발생할 경우 당 입장에서도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앞서 3·8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각각 1, 4위로 선택했던 최고위원이라는 점에서 해당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당내 반발이 있을 수 있는데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 지도부 초반부터 분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또 만약 중징계를 받은 김 최고위원이 징계안을 수용치 않고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등을 할 경우 당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김기현 지도부의 비대위 전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선택된 이유는 당내 잡음이 가장 덜 할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최고위원 리스크가 지금처럼 계속되고 김기현 리더십에 물음표가 생긴다면 지도부의 존속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이 가까워졌는데 김기현 대표 체제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비대위 전환 요구가 커질 수 있다”며 “연말이 결정적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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