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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동성, 각국 중앙은행 QE 축소 우려에 신흥시장 떠난다

성문재 기자I 2013.06.12 17:25:32

랜드·헤알·루피 등 신흥국 통화 모두 약세..주가도 출렁
QE 축소 우려에 투자자들 신흥국서 자금 빼내 미국行
"투매 일시적 현상 아냐..파티 끝나".."관망이 최선"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우려 때문에 신흥국 시장의 통화와 주식, 채권시장에서 맹렬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4년만에 가장 낮은 모습을 보였고 인도 루피화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호주달러도 3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흥시장 통화들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터키, 인도, 브라질,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은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이날 태국 주식시장은 5%, 필리핀은 4.6%, 인도네시아는 3.5% 떨어졌다. 주요 신흥국 증시를 반영하는 FTSE 신흥시장지수는 지난달 고점 대비 10% 넘게 급락했다.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 주가 추이(왼쪽), 인도 루피화 등 달러 대비 화폐 가치 추이(가운데),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오른쪽). 자료: 팩트셋, WSJ마켓데이터그룹
◇투자자금, 신흥국 엑소더스..연준·BOJ 등 양적완화 실망감

신흥국 금융시장이 이처럼 출렁이는 것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신흥국에서 빼내 미국으로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QE 축소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타난 미국의 경기회복 조짐이 미국 자산에 대한 매력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일본은행(BOJ)이 지난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추가 조치를 내놓지 않아 시장을 실망시킨 점도 이같은 우려를 부채질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BOJ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향후 몇달간 유동성이 이전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QE 기조를 전환할 수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그 결과 금값은 장중 한때 1.4% 폭락장세를 나타냈다. QE 축소 우려에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고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인 금은 안전자산의 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 국채 수익률(금리)은 14개월 만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가격 하락)했다.

◇“거품 파티 끝난 듯”..“이럴 땐 관망이 최선”

프랑스 2위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베누아 안느 선임전략가는 “선진국 중앙은행이 신흥국 시장에 거품을 부풀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시장이 연준의 QE 정책 변화에 대처하는 데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지금 이뤄지는 투매가 일시적 현상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하워드 홍 홍콩 도릭캐피털 매니징디렉터는 “파티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런던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가레스 레더 이코노미스트도 “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본 유입에 따른 자산가격 거품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며 “이같은 추세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이 과잉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ED&F캐피털마켓의 채권투자 책임자 토머스 디 갈로마는 미 국채와 모기지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에 대해 지금이 매입기회라고 강조했다.

스위스 롬바르드 오디어의 국채·통화 부문 책임자 그레고르 매킨토시는 “시황이 지금처럼 격렬하고 불안하게 움직일 때는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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