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매출 반토막에도 대한항공 ‘흑자’…“세계 유일”(종합)

이소현 기자I 2020.08.06 16:33:38

2Q 매출 1조6909억..전년比 44% 감소에도
영업익 1485억원, 당기순익 1624억원 ‘흑자전환’
화물 사업 매출 1조원 돌파..2010년 이후 처음
여객 매출 92%↓..고정비 절감 등 '불황형 흑자'

대한항공 A330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지난 2분기 화물 부문의 활약으로 흑자전환을 달성, ‘깜짝 실적’을 냈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흑자를 낸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바닥을 쳐 매출은 반 토막가량 줄었지만, 화물 사업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화물 사업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와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역발상 경영’을 주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유류비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절감하려는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도 이를 뒷받침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매출 44% 급감했지만, 영업익 ‘흑자전환’…화물 특수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485억원으로 작년 2분기(-1015억원)에 비해 흑자 전환했다고 6일 밝혔다. 당기순이익도 1624억원으로 작년 2분기(-3808억원)에 비해 흑자 전환했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한항공의 2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327억원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1조6909억원에 그쳤지만, 화물 사업을 강화해 여객 사업 손실을 상쇄한 결과다.

화물 매출은 1조2259억원으로 전년(5960억원) 대비 94.6% 늘었다. 대한항공의 화물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화물 매출은 코로나 이전에는 통상 전체 매출의 20%가량에 그쳤지만, 지난 2분기에는 무려 72%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특수로 화물의 공급과 수요 모두 늘었다. 대한항공은 철저한 정비와 점검으로 화물기 가동률을 전년 대비 22% 늘렸다. 여기에 여객기를 통한 화물 수송까지 더해져 화물 공급은 1.9% 증가했다. 또 적극적인 수요 유치 노력을 기반으로 수송실적(FTK)은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방역 물품 등 적시에 수송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화물을 대거 유치해 수익성을 높이고, 화물 임시 전세편 유치도 잇따라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역성장에 머물러 있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대한항공의 ‘나홀로’ 성장세는 단연 눈에 띈다. 대한항공과 유사한 노선과 화물기단을 운영 중인 캐세이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화물운송 실적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28%, 루프트한자는 35%까지 하락했다. 여객기 하부 화물칸을 이용하는 벨리(Belly) 수송이 어려워지자 여객기 위주로 운항하는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영국항공의 지난 5~6월 화물 수송실적은 전년대비 30~45%까지 떨어졌다.

6월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30여명이 참여해 고객들에게 안전한 기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A330항공기 기내 소독을 실시 했다.(사진=대한항공)
여객기를 화물기로…조원태 ‘역발상 전략’ 通했다

코로나19 위기 속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고공행진에는 조원태 회장의 역발상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화물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조 회장은 2010년대 장기 침체와 과다 경쟁으로 신음하던 항공화물 시장 환경에서 보잉777F, 보잉747-8F 등 최신 고효율 화물기단을 구축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23대의 대형 화물기단은 코로나19 사태로 공급이 부족해진 항공화물 시장에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미국 LA와 뉴욕 등 전용 화물터미널의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고 화물 예약·영업·운송·수입관리 전반에 대해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신(新)화물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항공화물 사업에서 미래를 내다본 투자도 시장의 신뢰를 높였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주기장에 놀고 있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 회장의 아이디어도 주효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화물 전용 여객기를 싱가포르 등에 150여회 띄웠다. 특히 화물 사업은 지난달부터는 여객기 좌석에 카고시트백을 장착, 기내 좌석 공간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으며,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해, 추가로 공급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보잉 747-8i 항공기 헤파 필터를 교체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비용절감 50% ‘불황형 흑자’…하반기 유동성 보유 집중

화물 사업이 특수를 누린 것과 달리 여객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객 사업 매출은 2039억원으로 전년 대비 92.2% 급감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제선 111개 중 29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국내선은 17개 중 4개 노선에만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그나마 전세기 운항을 늘려 수익을 뒷받침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재까지 대한항공은 여객 전세기 53회, 추가 운항편을 38회 등 총 90여회 띄웠다.

업계 안팎에서는 화물이 선방하기도 했지만, 유급휴직 등 비용절감이 뒷받침된 점을 고려하면 ‘불황형 흑자’라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연료비·인건비 등 영업비용은 1조54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0.4% 줄였다. 지난 4월부터 전 직원 중 70%가량의 직원들이 휴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회사의 비용절감 노력에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하반기 영업환경도 녹록치 않지만,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은 그나마 지난 4월 이후 제주노선을 중심으로 국내선 수요가 회복세이며, 6월 이후 국제선에 소폭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며 “화물은 고효율 대형 화물기단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방역물품 및 전자 상거래 물량, 반도체 장비 및 자동차 부품 수요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수익 극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도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가운데 자구노력을 이어가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 등으로 필요한 4조원 규모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우선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 매각으로 1조원, 송현동 부지와 왕산 마리나 등 유휴 자산 매각으로 1조원 등 확보를 기대한다. 정부가 총 4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신청해 약 8000억원의 자금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1조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총 1조2000억원 지원 등 약 2조3500억원을 확보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매출 급감에 따른 자금경색을 극복하기 위해 유상증자, 사업부·유휴자산 매각, 정부지원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필요한 4조원의 현금을 모두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화물에서 유입되는 현금까지 고려할 때 유동성 위기는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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