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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서 '노 마스크' 시동…"변이바이러스 확산에 시기상조" 우려도

김보겸 기자I 2021.05.26 17:11:17

韓, 7월부터 백신 1차 접종자 야외서 노마스크 가능
백신 접종속도 높은 미국·영국은 이미 규제 완화
WHO,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노 마스크 부적절"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과 영국 등이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가운데 오는 7월부터 한국도 백신을 맞으면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여전히 빠른 상황을 고려하면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 나라를 중심으로 ‘노 마스크(No mask)’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3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다. 실외뿐 아니나 실내 활동에서도 인원에 관계 없이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4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지 400여일 만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확진자가 줄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맞은 사람은 49%이며 두 차례 접종받은 사람도 36%에 달한다.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마스크 없이 만났다(사진=AFP)
이에 따라 지난 21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마스크 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맞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두 정상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 직전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침이 있기 전인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두 겹의 마스크를 쓴 채 주먹인사로 악수를 대신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메리 밀러 일리노이 연방 하원의원이 트위터에 마스크를 벗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사진=메리 밀러 트위터)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이었던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선 ‘Free Your Face(얼굴 해방 운동)’도 나왔다. 공화당 소속 메리 밀러 일리노이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 19일 랄프 노먼 사우스캐롤라이너 의원 등과 함께 마스크를 벗은 사진을 올리며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적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도 미국보다 먼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콘서트나 축구 경기장 등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공간에서도 잇달아 ‘노 마스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초등학교에 이어 중등학교의 마스크 착용 권고를 없앴다.

하지만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도 코로나19에 확진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도 발견되는 상황이라 노 마스크 실험은 시기상조라는 우려다. 백신 접종률이 62.9%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스라엘도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도록 한다.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으니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본 뒤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보건당국도 각국 정부의 ‘노 마스크’ 지침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여전히 감염에 취약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80% 이상이 면역력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은 어느 나라도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해 각국 정부와 보건당국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는 “감염이 다시 급증할 경우 사람들이 다시 마스크를 쓰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며 “규칙을 취소한 뒤 다시 지키게 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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