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경쟁 트리거 될라…‘대환플랫폼’ 추진에 은행 ‘당혹’

김정현 기자I 2022.07.07 17:55:57

여야, 앞다퉈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촉구
금융위 수장 취임 시 ‘제1과제’ 속도 낼 듯
은행끼리 경쟁 불가피…이익 줄까 ‘난색’
대출 비교 ‘빅테크’ 날개 달아 줄까 우려도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겠지만, 대출 비교 빅테크 기업에 은행권의 대출 정보가 모두 넘어간다는 게 솔직히 걱정됩니다.”

금리 상승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겠다며 여야가 대환대출 플랫폼 추진을 강력 촉구하자 은행권은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에 더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임명된 이후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이 속도를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정부의 최대 관심사로 꼽히면서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은행권은 대환대출 플랫폼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못 하고 있다. 다만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한마디에 은행들이 앞다퉈서 대출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등 긴장하는 분위기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추진한다면 빠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온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상황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 개인은 사실상 ‘을’의 지위다. 은행 입장에서 차주 개인의 대출 이자는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유리한 지위에서 금리를 산정할 수 있다.

그런데 대환대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개개인은 은행에 대항할 힘이 없지만, 개개인이 플랫폼을 통해 모일 경우 협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은 금리를 내릴 유인이 커지게 된다.

B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이 잦아지면 아무래도 금리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불리한 싸움”이라며 “당국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거부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빅테크와 은행 간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환대출 플랫폼이 빅테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C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당국 차원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을 추진했을 때, 카카오페이나 핀크 등 빅테크·핀테크의 대출 비교 서비스를 연계하는 안이 나왔다”며 “이것은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진행된다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대출 비교 빅테크 업체들이 대출 중개만 할지, 계열 은행에 유리하게 프로세스를 조정할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경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면 연체율이 높아지고 부실 위험도 커진다”면서 “대환대출을 통해서 금리가 낮아진다면 부실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는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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