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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故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건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

조민정 기자I 2021.10.14 16:19:55

故 이예람 중사 유족, 가해자 측 변호인 의견서 공개
"장모 중사 의견서, 송치 이틀 전 군사경찰에 전달"
"장 중사에 유리한 내용으로 불송치 결정에 영향"
유족 "국방부 앞에 분향소 설치해 시민과 연대할 것"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여) 공군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군사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벌였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가해자의 변호인이 군검찰 송치 직전 제출한 의견서가 가해자를 불구속 송치하는데 영향을 미쳤으며, 참고인 진술 내용을 미리 확보한 정황 등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14일 오후 군인권센터와 유족이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를 공개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14일 오후 군인권센터와 이 중사의 유족은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장모 중사의 변호인이 군사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 당시 운전석에 있던 문모 하사의 참고인 조사 진술 내용을 파악해 의견서에 기재했다는 점이 수상하다”고 밝혔다.

해당 의견서는 4월 7일 군사경찰이 가해자를 불구속 의견으로 군검찰에 송치하기 이틀 전 군사경찰에 전달됐다. 문 하사는 “추행 장면을 목격한 바 없고,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참고인 조사에서 주장했는데, 장 중사 측이 이를 사전에 파악해 이를 근거로 의견서를 작성했다는 주장이다. 의견서에 담긴 문 하사의 진술 내용은 장 중사 측이 단순히 개인적 접촉을 통해 기재하기엔 군사경찰의 진술 조서와 세세한 내용까지 일치한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유족은 또 진술서에 “피의자는 최근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을 통해 사과의 마음을 전달했고, 피해자가 진실된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부분은 거짓이라고 언급했다.

유가족 측 강석민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가해자 변호인과 같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상당한 의심이 든다”며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줄 의향과 합의할 의사가 없어 엄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진술서에 합의가 될 것처럼 기재해 불구속 의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사경찰은 애초에 3월 30일 송치를 준비했으나 가해자 법무법인에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니 송치를 미뤄달라고 부탁했다”며 “군사경찰 관련자들은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강제수사도 해보지 않고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 앞에선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얘기하면서 뒤에선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이젠 국민 여론이 식으니까 나몰라라 하고 팔짱을 끼고 있는 실정이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군사경찰이 가해자 변호인과 의논해 송치 시기를 늦춰주는 등 서로 조율하는 모습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피해자 유족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와 수사당국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의심이 충분하다”며 “이걸 지켜보는 유족은 억울하고 화날 뿐”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10월 20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이 중사를 추모하는 시민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모씨는 “엄정한 수사 의지를 지켜보면서 수사관들의 정확한 수사와 결과를 보기 위해 엊그제까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면서 “앞으로 이 중사와 같은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고 여군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게 시민들과 연대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이 중사의 사건과 관련한 통신영장이 무더기 기각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군 특임검사는 수사 초기 단계에 공군 본부 법무실과 로펌 간 통신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공군 수뇌부 3명과 가해자 쪽 로펌 관계자 2명 등 5명에 대한 통신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B고문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부실수사 관여·연루 여부를 수사하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하며 영장 기각 배후에 국방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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