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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몸값 껑충..산은, 지분 매각 저울질하나

김영수 기자I 2021.04.06 16:36:12

주가 1년만에 900% 오른 2만9150원..산은 보유지분 가치 1.6兆로 상승
글로벌선사 순위 8위로 올라..인수시 막대한 영업이익·시너지 창출
현대글로비스·포스코·CJ대한통운 등 인수후보 거론..정부 결정 주목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해운운임 폭등 등 호재에 힘입은 HMM(011200) 몸값이 치솟고 있다.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연내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HMM 지분 매각 가능성에 물류를 기반으로 한 국내 대기업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할 전망이다. HMM를 인수할 경우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데다 이로 인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작년 한해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HMM 주가는 1년 만에 900%가량(2020.4.6 3240원→2021.4.6 2만9150원, 종가기준) 수직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은 9조9299억원으로 불어났다. 6일 현재 산은이 보유한 12.61% 지분가치는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증권업계에선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한 해 영업이익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MM 주가 추이. (차트=네이버 금융)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글로벌 해운경기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몸값이 뛴 올해가 매각적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내년까지 이어지고 올해가 현 정권의 마지막 해라는 점 등 변수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실제 매각이 이뤄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해운운임 지수 급등에 실적도 단기간 내 크게 올랐지만 장기적으로는 등락이 심한 해운시황을 고려하면 지분 매각 적기라는 전망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라면서도 “물론 매각시기를 놓쳐 공적자금 회수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산은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산은 보유 지분 인수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특히 HMM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라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특수가 몇 해 더 이어질 경우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HMM의 선복량은 지난해 3월 43만TEU에서 현재는 72만TEU를 훌쩍 넘어섰으며 글로벌선사 순위는 8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1만6000TEU급 초대형 선박 8척을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인도 받으면 HMM은 컨테이너선 77척, 85만TEU의 선대를 운영하게 된다. 앞으로도 추가 발주 및 용선을 통해 내년까지 100만TEU의 선복량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한진해운 파산 전 선복량을 회복하게 된다.

HMM 지분 매각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매자들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그룹 내 물류비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포스코, 현대차그룹, CJ그룹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23.29%)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인수 주체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및 기아차의 완성차, 현대모비스의 반제품을 해외 판매시장이나 생산기지로 운송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수준 이상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는 2016년 현대글로비스에 현대상선(현 HMM) 인수를 제안했지만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하지만 이제는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HMM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물류자회사 설립을 모색하고 있는 포스코는 HMM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운사들이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실제 인수 여부는 정부 차원의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2019년 그룹 내 분산돼 있는 물류 업무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해운업계 반발로 유야무야 됐다. 연간 약 1억6000만t의 철강 원자재 및 제품을 배로 운송하는 포스코의 연간 전체 물류비는 총매출 대비 10% 수준으로 지난해에만 6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은 물류비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 제고 등 시너지가 크다는 이유로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해왔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1호선 2만4000TEU급 ‘HMM알헤시라스호’의 만선 출항을 시작으로 동급 선박 12척 모두 만선을 기록하는 등 32항차 연속 만선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사진=HMM)
글로벌 물류 확대로 물류시스템을 확충하고 있는 CJ그룹도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글로벌 5대 물류회사 도약을 위해 크로스보더(해외 M&A)를 활발히 벌이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중국, 동남아시아를 넘어 북미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미국 DSC로지스틱스, 중국 CJ로킨(옛 로킨로지스틱스) 등 연이은 M&A뿐 아니라 해외 합작법인 설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HMM을 인수하면 글로벌 물류거점을 확보해 물류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만큼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HMM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라는 점에서 각 기업별 시너지를 감안하면 인수가치는 매력적”이라며 “국내 해운업을 상징하는 대표기업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업(業)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인수후 시너지 극대화가 가능한 인수후보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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