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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5700만원이다. 임대차 2법이 도입된 2020년 7월(4억3514만원)과 비교하면 2년도 안 되는 새 28%가 올랐다. 임대차 2법에 따라 한 번 계약을 맺으면 4년간 임대료 증액 등이 제약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신규 전셋값을 전보다 높게 불렀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올여름 전·월세난을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대차 2법 도입 이후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물건들이 시장에 다시 나오기 때문이다. 한 번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임대차 2법 보호를 추가로 받을 수 없다. 2년 새 높아진 전·월세 시세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전세 대출 금리(3.32~5.22%)가 2년 전보다 1.3~1.4%포인트 오르면서 금융 부담도 늘어났다. 중위 전셋값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내야 할 연 이자(4년 만기. 만기일시상환 방식)가 1260만원에서 2376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세의 월세화(化)는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올 1~4월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월세는 15만599건으로 전세(14만1395건)보다 9204건 많다. 높아진 전세 시세에 맞춰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수요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 등으로 발길을 돌린 결과라는 게 시장 해석이다.
빌라 임대차 시장 ‘호황’도 같은 맥락이다. 올 1분기 서울에서 신고된 연립·다세대주택 월세 계약은 1만2247건으로 같은 기준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 여파로 빌라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자 국토교통부는 6월 중 전·월세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론 집주인 실거주 의무 완화, 민간임대사업자 제도 활성화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