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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 장관 "일회용품 감량 원칙 변화 無...넛지형 방식 전환"

이연호 기자I 2023.11.21 17:00:20

21일 출입기자단과 차담회서 후퇴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 관련 입장 표명
"국민 인식 높아져 몇 개월 후 효과 나타날 것으로 생각"
"종이빨대 업계 재고 물량 소진 위해 지원 방안 논의 중"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 대국민 사과 의향엔 '묵묵부답'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환경부가 오는 24일 시행될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전면 철회한 것과 관련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정책 집행 방식을) 넛지(nudge·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형으로 바꾸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1일 오후 세종시 소재 한 카페에서 음료 업계 대표들과 함께 간담회를 갖고, 일회용품 제도 변화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환경부.
한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단과 가진 차담회에서 “일회용품 감량은 국정 과제에도 있고 환경부의 방향이나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 장관은 “현장에서의 강압적인 강력한 규제를 넘어서 넛지형으로 좀 부드럽게 현장에서 정착될 수 있도록 방식을 바꾸는 문제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즉 소상공인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일회용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국민들의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기에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우리의 넛지형 캠페인이 앞으로 몇 개월 후엔 충분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계도 기간 종료를 불과 약 2주 남겨 놓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철회해 그동안 정부 정책에 맞춰 준비를 해 온 종이빨대 업계 등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지적에 대해선 “20일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소상공인들을 만나 간담회를 했는데, 현재 재고 물량 소진 등엔 문제가 없도록 공공 구매 등 지원 방안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빨대를 사실상 허용한 부분에 대해선 “플라스틱 빨대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대체품(종이빨대)이 품질 등에서 아직까지는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불만도 있고, ‘아이가 씹어서 불편하다’는 부모들의 의견도 있다”며 “그래서 어느 정도 대체품의 품질이 업그레이드될 때까지는 둬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계도 기간 무기한 연장으로 비판받았던 플라스틱 빨대 계도 기간 구체화와 관련해선 “계도 기간은 지금 시점에서 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 대체품의 품질 같은 부분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플라스틱 국제 협상 동향도 함께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지난 20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오후 12시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커피전문점에서 소상공인과 ‘도시락 토론회(브라운백 미팅)’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일회용품 대체품(친환경 제품)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들도 논의했다. 우선 중기부는 종이빨대 제조업체 등 매출이 줄어드는 일회용품 대체품 제조업체들에 내년에 융자 방식의 경영애로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중기부는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판로 개척, 공정 효율화, 기술 개발 등을 연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환경부도 종이빨대 업계 등의 판로 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수요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한 장관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의 갑작스러운 후퇴로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7일 발표한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통해 오는 2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전면 무력화했다. 종이컵은 규제 자체를 없앴고, 비닐봉투는 과태료를 매기지 않으며,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 기간을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되는 때’로 불명확하게 제시했다. 이에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포기했다는 지적, 정부 정책에 순응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 온 중소업체를 위기로 내몰았다는 지적 등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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