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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은 최근까지 알시파 병원에서 부상당한 시민을 치료하던 의료진 자왓 사미 알마훈(26)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자왓은 그의 동료들과 함께 보급품 없이 알시파 병원에서 밀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해오다 이스라엘군의 공격 소식을 듣고 16㎞를 걸어 탈출했다.
알시파 병원은 공격으로 전기가 끊기면서 사실상 의료 기관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이 병원에 있던 미숙아들이 인큐베이터가 꺼져 사망했고, 환자들도 줄줄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자왓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아직도 병원 안뜰에는 수백 구의 시신이 있다. 그 사람들을 묻어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자왓은 “어느 날 네 명의 어린 소녀가 병원에 왔다.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는 13살이었고, 한 아이는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며 “그 아이들은 죽은 아버지, 어머니, 오빠와 함께 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가족을 묻어주는 것 뿐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살아남은 네 명의 소녀 중 다친 소녀는 자왓에게 “제발 저도 죽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부모를 모두 잃고 중상을 당한 12살 소년도 알시파 병원에 실려왔다. 자왓은 “그 아이가 나를 볼 때마다 ‘당신은 나를 낫게 할 수 있나요? 내가 가족들과 함께 죽게 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자왓은 “의사들은 3~4일간 잠도 자지 않고 계속 일하면서 한 아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는 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왓은 의료 물품 부족으로 친한 친구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고 했다. 그는 “내게는 ‘이슬람 알 문시드’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최소한의 장비만 있었다면 친구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왓과 의료진이 유일하게 쉴 수 있던 순간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병원 내 미숙아들을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길 때가 유일했다고 한다.
결국 자왓은 알시파 병원을 탈출해왔다. 병원 동료들과 함께 이스라엘 저격수를 피하기 위해 달리면서 왔지만, 세 번은 총에 맞았다고 한다. 발이 느린 사람은 뒤처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데이르알발라주까지 도망쳐온 자왓은 알시파 병원에서 도망친 사람 중 얼마나 생존해 이곳에 도착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