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국기'가 없었던 이유

정다슬 기자I 2021.05.06 18:21:52

G7 회의로 만나자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실제 언제·어디서 할지는 막판까지 결정되지 않아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은 공감…각론은 팽팽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현지시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실제 회담 시작이 임박해서야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안부, 강제동원, 후쿠시마 오염수 등 각종 현안을 두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것을 짐작게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행단이) 출국 할 때까지만 해도 언제, 어디서 회담이 열릴지 유동적이었던 상황”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런던에서 주요7개국(G7) 외교장관 회담에 정의용 장관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참석하니, 이를 계기로 자연스레 만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도 “각자 G7 회의도 참석하고 여러 나라와 양자 회담이 많이 잡혀 있어 일정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장관과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티호텔에서 한·미·일 회담 직후 자리를 옮겨 20분간 회담을 했다. 회담에 앞서 찍은 기념사진에는 통상적으로 보이는 두 국가의 국기가 보이지 않는다. 왜 국기가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따로 탁상을 두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만큼 급조된 회담이었다는 얘기다.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맨 오른쪽)이 5일 오전(현지시간) 런던시내 호텔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영상 캡처)
이 회담이 언론 등에 공개된 것 역시 실제 회담이 이뤄진 이후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 측의 강한 요청이 있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회담의 격(格)을 두고서도 설왕설래가 오갔다. 공식 회담이 아닌 약식회담(pull aside) 또는 회동이 아니냐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비공식 접촉이 아닌) 정식 회담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일 모두 보도자료를 내고 이 회담을 공식회담으로 인정했다. 같은 날 이뤄진 한·캐나다 외교장관 회담은 ‘약식회담’으로 별도 정의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은 가치를 공유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협력해야 하는 만큼 양국 간 어려운 문제를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실제 모테기 외무상도 이날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각론에서는 입장 차가 여전하다. 일본은 위안부·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해법을 가져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먼저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국자 역시 “2015년 합의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기 이름을 걸고 사죄와 반성을 표했고, 그전에도 고노담화 등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서는 돌아서면 딴소리하는 경우가 많아 진정한 사죄로 볼 수 있나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일본정부 명칭 : 처리수) 해양 방류 결정 역시 한·일간 잠재적 악재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인류의 건강, 해양 환경과 관련된 ‘보편적’ 이슈로 한·일 양자 현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 외교부는 다자·양자 외교적 행사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입장을 지지하도록 호소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화상으로 재외공관장회의를 열어 국제공조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같은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정 장관과의 회담에서 정 장관이 최근 각국의 외교장관과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당국자는 “오염수 문제는 한·일간 양자 현안으로 보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