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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잠든 中企·벤처 법안…무색한 文정부 취임 일성

김호준 기자I 2021.07.26 16:55:38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 반년째 국회 계류
벤처업계 "글로벌 경쟁력 강화, 복수의결권 필요" 촉구
中企 제조혁신법, 비대면 기업 육성법 등도 밀려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구조, 구호에만 그칠 수도"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중소벤처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법안들이 수개월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벤처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복수의결권’ 제도를 포함해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을 담은 법안 심사가 차일피일 밀리면서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구조’라는 정부의 경제 방향이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결권·비대면 벤처 육성…법안 심사 차일피일

26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발의 이후 7개월째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복수의결권은 창업주나 최고경영자(CEO)가 가진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복수의결권을 통해 상장 이후에도 창업주가 경영권 희석 우려 없이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구글이 지난 2004년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으로 창업주의 지배권을 유지하며 회사를 키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 상반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도 김범석 쿠팡 의장에게 1주당 29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클래스B’(Class B) 주식을 발행하기도 했다.

최근 ‘제2 벤처붐’으로 벤처투자가 활성화하자 벤처업계는 복수의결권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이에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재벌 세습이나 경영주 사익 추구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존속 기간 10년 △상장 3년 후 보통주 전환 △창업주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질 때만 발행 등 구체적인 요건도 개정안에 명시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와 학계 일각에서 ‘복수의결권 제도가 재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국회는 지난 4월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여야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법안을 발의할 정도로 공감대는 형성된 상황이지만, 이후 ‘소상공인 손실보상법’ 등 현안에 밀려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비대면 경제’를 이끌 중소벤처기업 육성 법안인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도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 의견 수렴을 마쳤지만 후속 논의는 멈춘 상태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이 법안에는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개발(R&D) 및 기술지원 △해외진출 자금지원 △지식재산권(IP) 보호 등 내용이 담겼다.

중소기업중앙회·벤처기업협회 등 16개 중소기업 단체도 ‘비대면 중소기업 육성 민간협의회’를 발족하고 △중소벤처기업 디지털 전환 촉진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 상호협력 등을 추진하면서 비대면 기업 육성에 팔을 걷은 상태지만, 법제화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학영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구조’, 구호 그칠 수도


중소기업 스마트화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지원에 관한 법률’도 여야 간 이견이 없지만, 법안 심사는 멈춘 상태다.

특히 마스크와 진단키트,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주사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생산량을 크게 늘린 사례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예산이 커지는 등 정책은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현재 중소기업 스마트화 정책은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에 근거를 두기 때문에 체계적인 별도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중소기업계에서 끊이지 않았다.

이 법이 통과하면 스마트제조혁신 지원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을 지정하고, 민간단체에 다양한 사업을 위탁할 수도 있어 제조업 생태계 자체가 다양해질 것이란 게 중기부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소벤처기업 생태계 강화 법안이 밀릴 경우,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구조’라는 정책 방향이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이 법안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벤처기업이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은 통과를 서둘러야 중소벤처기업을 적기에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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