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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이은해 재판에 등장한 이수정 "피해자 망가뜨려"

김민정 기자I 2022.08.26 22:25:24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계곡 살인사건’의 피해자 윤모(사망 당시 39세)씨가 피고인 이은해(31)·조현수(30) 씨의 다이빙 강요를 거절하지 못한 것은 이른바 ‘가스라이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SNS 갈무리)
26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씨와 내연남 조씨의 11차 공판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이날 이 교수는 “윤씨가 계곡에서 다이빙한 것은 ‘집단압력’에 의한 비합리적 선택”이라며 “피해자를 두고 왜 절벽에서 뛰어내렸느냐고 하는데 윤씨는 당시 자유의지를 자유롭게 발휘할 수 없는 특이성과 취약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윤씨에게 이씨 무리의 영향력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넘어설 만큼 강력했다”면서 “윤씨가 이 무리에 대해 유일하고, 또 어떻게든 본인이 여기에 껴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윤씨는 이씨로부터 장기간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과정에서 사회관계가 모두 끊어졌다”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졌고, 친누나와의 관계도 이씨가 거의 끊어놨다”고 부연했다.

이에 검사가 “이씨가 윤씨의 심리를 어느 정도 지배하느냐”고 묻자 이 교수는 “피해자 입장에서 다른 가능성을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지배력이라 보면 된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교수는 “윤씨는 더이상 이씨에게 돈을 부치지 않는다거나 피고인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에 신고 또는 구조요청을 할 수도 있었다”며 “그런데도 윤씨는 어떤 선택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윤씨가 이씨와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윤씨는 말로만 정리하겠다는 것이지 사실 이씨와의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박탈된 상태였다”며 “이씨는 윤씨의 정신적인 자유의지를 전부 망가뜨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윤씨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이씨와 조씨가 뻔히 알면서도 절벽에 올라가 뛰어내리라 강권한것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피고인들이 윤씨의 익사라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가 고의 형평에 중요한 요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성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30점이 기준이고, 한국에서는 25점 이상이면 성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이씨를 대상으로 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31점이 나왔다”며 “반사회성 등 2개 부분에서는 만점에 해당하는 점수가 나왔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피해자가 심리적 탈진 상태였던 것 같다. 이씨에게 인정받고 싶어했으나 결코 존중받은 적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30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씨 등은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피고인은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3개월 후인 같은 해 5월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한 낚시터에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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