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표기' 논란 일단락되나 했더니…日정부, '일본해' 고집할듯

김보겸 기자I 2020.09.25 17:35:56

日, 동해 표기 "이름 말고 숫자" 중재안에 돌연 반대
긍정적 태도서 돌변…자국내 비난 여론 의식한듯
개정소식 알려지자 日누리꾼 "정부의 외교실패"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미술관 사이트 한반도 지도 서비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이 ‘동해 표기’ 논란을 일단락할 ‘숫자 표기’에 동의한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일본해’를 고집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반발 여론을 의식한 처사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24일 세계 바다 명칭 지침을 정하는 기구인 국제수로기구(IHO)가 앞으로는 바다를 ‘이름’이 아니라 ‘숫자’로 나타내는 타협안을 제시한 사실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는 ‘일본해’만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는 입장을 고집해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IHO는 지난 21일 전 세계 바다와 해양의 명칭을 표기하는 방법에 ‘고유의 숫자로 식별하는 체계(S-130)’를 새 기준안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방식이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IHO는 “국제 해역을 다각적으로 구획하려면 이름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기준안인 ‘S-130’를 두자고 설명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그간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해야 한다는 한국 측의 요구를 주장하기 수월해진다. 일본 측이 ‘일본해’ 표기를 고집해온 근거인 S-23이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29년 국제수로기구가 S-23에 동해를 일본으로 공식 표기한 이후 1953년 개정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1997년부터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주장해 왔지만 일본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가로막혔다. 최근까지도 남북한과 일본은 IHO 사무총장 주재로 2017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IHO 사무총장은 결국 “디지털시대에 맞게 모든 바다에 이름 대신 번호를 붙이자”고 제안하며 분쟁의 여지를 없애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당초 일본은 개정안에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해를 단독으로 표기한 S-23을 출판물 형태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로운 수로 정보를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게 만들려는 취지도 이해할 만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 역시 국제수로기구 제안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본 내에선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22일 “일본해가 숫자로 바뀌면 한국이 ‘동해’ 병기를 위해 국제사회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일본 정부가 타협안을 막지 못했다며 “외교 실패”라고 비판하는 일본 누리꾼도 등장했다.

IHO는 오는 11월 16일 화상으로 진행되는 제2차 총회에서 회원국들에게 개정안을 설명하고 안건에 부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일본해’ 표기를 고집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회원국 간 합의를 통해 안건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동해·일본해’ 표기 논쟁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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