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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고용유지지원금 내년 예산 3분1토막…항공·여행업 대량해고 `비상`

최정훈 기자I 2021.08.30 18:25:10

고용유지지원금 수급상위 10개사 4094억…대한항공 1780억
코로나 사태에 항공·여행업 대량 해고 막은 일등공신 역할
내년 지원금 예산 올해 3분의1토막…구조조정 늘어날 수도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재정 지원방안 모색해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대한항공 등 10개 기업이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수령한 고용유지지원금이 409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 간 대량 해고 사태를 막아 온 일등 공신인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이 내년엔 올해대비 3분 1토막 수준으로 큰 폭 삭감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사진=연합뉴스)


델타 변이바이러스 등 코로나19 상황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자칫 고용 위기 대응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원금의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의 한계 상황을 고려해 고용 위기 산업을 지원할 정책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위 10개사 4000억원 싹쓸이…항공여행 고용유지 역할

3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19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수급한 상위 10개 기업의 전체 지원금 수급액은 4094억6800만원이었다. 유급휴직 지원금은 3687억8100만원이고, 무급휴직 지원금은 406억8700만원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해고 회피 노력을 돕기 위해 고용 위기를 겪는 사업주가 휴업이나 휴직을 실시하고 휴업수당을 지급할 때 인건비의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항공업이나 여행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경우 유급휴직을 신청하면 해당 근로자는 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보전 받는다. 휴업수당 중 90%는 정부가 지원하고 10%는 기업이 부담하는 형태다. 무급휴직은 근로자 평균 임금의 50% 수준을 정부만 지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1780억3500만원을 전부 유급휴직으로 지원 받았다. 이어 △제주항공(465억6600만원) △아시아나항공(378억700만원) △티웨이항공(240억6200만원) 등 순이었다. 또 하나투어(239억9200만원)와 모두투어(219억1000만원)도 각각 5번째와 6번째로 많은 지원을 받았다.

자료=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고용유지지원금 사업 예산을 대폭 늘렸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집행 예산은 연간 500억~600억원대 수준이었다.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35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량해고 우려가 커지자 고용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통해 예산을 2조7770억원까지 늘렸다. 올해 예산도 추경 등을 포함해 약 1조8552억원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과 여행업 등의 대량 해고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항공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 6개 사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 대비 46.8% 감소했지만, 고용은 4.8% 주는 데 그쳤다.

문제는 고용유지원금사업 예산이 내년에는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된 고용유지지원금 5976억원으로 올해 예산 현액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고용부는 코로나 4차 유행이 지속되고 있으나 백신접종 속도 등 향후 코로나19 극복 및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대폭 늘렸던 고용장려금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델타 바이러스 등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경연은 저비용 항공사 4개 사의 매출액은 201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79.9% 감소하는 등 피해가 더 커 지원금이 중단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여행업 대표 7개사도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019년 상반기 대비 74.1%나 감소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유급휴직 지원을 받았던 저비용 항공사 등은 내달 유급휴직 지원 기간이 끝나 무급휴직 전환이 임박한 상황이다. 임금의 70%를 보전받는 유급휴직과 달리 무급휴직은 임금의 50%를 정부지원금으로만 보전받을 수 있는 데다 상한액도 198만원에 그친다. 이에 경제계와 노동계에선 유급휴직 지원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예산 3분의 1토막에 해고될라 긴장 ...“재정지원방안 모색해야”

고용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고용유지지원금 효과에도 불구하고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기금 고갈을 우려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빌려 온 7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현재 약 3조2000억 적자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고용부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할 경우 예산 증액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면서도 “다만 무급휴직 지원금의 경우 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어 고용을 3개월 가량 유지할 수 있다는 점 외엔 효과도 불안정하고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고용유지지원은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며 기간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른 지원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고용 충격에 긴급하게 대응하느라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하면서 고용보험 재정 악화의 핵심 원인이 됐다”며 “국가 전략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산업이라면 이제부터 더 이상 기금을 활용해 고용만 간신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지 말고, 다른 정책이나 재정 지원을 통해 경쟁력 확보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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