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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만명 옷 벗을 때..대치동 학원가는 북새통[르포]

이유림 기자I 2024.02.22 16:44:29

서울 대치동 'ㅁ'학원 설명회 성황
의대 합격선 낮아질까 초미의 관심
학부모 "너도나도 의대 광풍 우려도"
학원가 의대반 신설…특수 이어질 듯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메디컬 학과의 인기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어요. 올해는 또 얼마나 열풍이 불 것인지 가늠조차 안 되고요.”

22일 저녁 7시 서울 대표 학군지로 꼽히는 강남 대치동의 ‘ㅁ’학원.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 규모의 대형 강의실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학원에서 진행된 것은 학생들의 수업이 아닌 ‘2025학년도 의대 입시의 대격변으로 예측 가능한 수시와 정시의 변화’를 주제로 한 입시 설명회였다.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우리 아이도 의대에 갈 수 있을까”라는 희망을 품은 학부모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서울 강남 대치동의 ‘ㅁ’학원이 21일 저녁 진행한 ‘2025학년도 의대 입시의 대격변으로 예측 가능한 수시와 정시의 변화’ 설명회(사진=이유림 기자)
현장 강의실의 자리가 부족해 별도의 강의실에서 실시간 생중계 영상으로 시청해야 할 정도였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 9275명(21일 오후 10시 기준 상위 100개 수련병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는데 한편에선 의대 진학을 목표로 일찌감치 대입 전략을 짜는 웃지못할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ㅁ’학원 원장 이씨가 2000명 증원을 계기로 의대 합격선이 어디까지 낮아질 것인지, 이 여파로 ‘치한약수’(치의대·한의대·약대·수의대) 및 상위권 공대 입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설명할 때마다 학부모들의 손은 바빠졌다. 자료집을 뒤적이며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날 강연은 저녁 7시부터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30분 넘게 진행됐는데도 학부모들의 집중력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

원장 이씨는 의대를 비롯한 소위 메디컬 학과 ‘광풍’이 불면서 재수생·반수생·N수생, 심지어 직장인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행렬에 뛰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을 늘릴 경우 현재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생의 78.5%가 의대 진학 가능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메디컬 학과 선호도는 문·이과를 가리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서울대 정외과 아이들이 한의대를 붙어도 절대 안 갔는데 지금은 지방 한의대라도 가려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의 ‘ㅁ’학원이 21일 저녁 진행한 ‘2025학년도 의대 입시의 대격변으로 예측 가능한 수시와 정시의 변화’ 설명회(사진=이유림 기자)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현행 40%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관심사였다. 이와 관련 이씨는 “서울 4개구(강남·서초·송파·양천)와 지방의 학력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일반전형 모집을 배제하고 지역균형 모집만 너무 늘리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군지 출신 자녀를 둔 학부모들 표정에선 안도감이 묻어났다.

설명회를 들은 학부모들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50대 A씨는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남편이 의대에 진학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분위기도 파악할 겸 오게 됐다”며 “열기가 뜨거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의대 증원이 마냥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너도나도 의대 준비에 뛰어들면 오히려 경쟁률이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학원가의 ‘의대 특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다수의 대형 입시학원은 의대반을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렸고, 의대 증원과 관련한 긴급 설명회도 개최하고 있다.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지방 유학’을 문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학부모들이 모인 입시커뮤니티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직후 “‘탈대치’해서 지역인재로 의대를 가는 게 낫겠다”, “이사를 알아봐야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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