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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에 캐리 람 "영향 미미해"…사실은?

신정은 기자I 2020.06.30 15:43:00

이미 대부분 高관세 대상…관세 특혜 영향 적어
첨단기술 접근 제한 충격 예상…인적교류 줄어들듯
KIEP "11월 美대선 전까지 중국 때리기 계속"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오른쪽)이 호얏셍 마카오 행정장관과 함께 지난달 22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출면허 예외조항 등 그동안 홍콩에 부여해 온 특별지위를 박탈하기로 하면서 홍콩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홍콩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어떠한 제재에 대해서도 두렵지 않다”며 “이번 제재 대상이 되는 품목은 많지 않으며 설사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중국산 제품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홍콩에 미치는 영향은 무역보다는 금융 부분의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에 따라 투자나 무역, 관세, 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인정해왔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미국의 민감한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이나 국가안전보위부로 전용될 위험성이 커졌고, 영토의 자치권을 훼손했다”며 그동안 홍콩에 부여해 온 특별지위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미국에 수출되는 홍콩 상품에 중국 본토와 동일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의 대(對)홍콩 관세 특혜 철폐 자체가 홍콩 경제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홍콩의 대미 수출액은 3040억홍콩달러(약 390억달러)로, 홍콩 전체 수출의 7.62%에 불과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76.7%는 중국 본토에서 홍콩을 경유해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이미 추가 관세 대상이다. 전체 대미 수출액 가운데 홍콩산 제품은 지난해 기준 1.21%에 그친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발표를 하면서 “홍콩의 특별 대우를 박탈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며 홍콩에 군사장비 수출을 중단하고 첨단 기술제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만약 미국 첨단기술 제품의 홍콩 수출이 규제를 받는다면, 홍콩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달리 제조업보다는 첨단기술 상품의 생산이 더 강하다.

미 상무부가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에 따른 예외 적용으로 지난 2018년 미국에서 홍콩으로 수출된 제품은 약 4억2270만달러 규모에 달한다. 대부분이 암호화, 소프트웨어 및 기술과 관련이 있는 제품들이다. 첨단기술 제품에 기반한 정보통신(IT) 서비스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비자 발급 제한도 리스크가 크다.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미국인들은 기존처럼 무비자로 홍콩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게 된다. 홍콩인들도 미국 비자의 취득이 어려워지게 된다.

미국과 홍콩 사이의 인적 교류에 제한이 생기면 우수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허브로서 홍콩이 갖고 있던 매력을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중국계 홍콩판매법인 철수나 금융 허브(금융조달 용이·외환거래 자유)로서의 기능이 상실될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추가로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를 탄압하는 데 관여한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 등 조치를 꺼낼 수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홍콩에 대한 제재로 발생하는 직접적 영향보다는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의 제재 조치가 가져올 불확실성이 홍콩 및 세계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출처=KI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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