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굴비 팔아 돈 번 이커머스...전통시장 '천적' 부상

박성의 기자I 2017.10.10 15:20:49

G마켓, 추석 앞두고 과일판매량 72% 증가
같은 기간 위메프 굴비판매량 218% 급증
전통시장 핵심 상품군, 이커머스가 '잠식'
소상공인 "대형마트 규제방향 잘못됐다는 방증"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올해 3월 수도권의 한 중견기업에 취직한 박태완(31·경기 부천) 씨. 추석을 맞아 부산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전 대형마트에서 선물세트를 구매하려 했다. 그런데 하필 당직근무가 없는 날과 인근 마트의 의무휴업일이 겹쳤다. 집 바로 옆에 재래시장이 있었지만, 박씨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활용해 선물을 구입했다. 오픈마켓에서 파는 물건이 재래시장보다 종류도 많을뿐더러 가격도 저렴해서다.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대목을 기대했던 전통시장이 침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할인공세를 앞세운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고객이 몰린 탓인데, 여기에 빠른 배송과 24시간 영업을 앞세운 이커머스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명목으로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천적은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추석 황금대목 맞아 줄성장한 이커머스

남대문 시장 (사진=연합뉴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기간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쇼핑업계 매출은 줄줄이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추석 연휴인 9월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추석 연휴가 낀 8일 간과 비교해 23.3%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9.1%, 현대백화점은 7%씩 매출이 신장했다.

대형마트도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전년 추석 연휴보다 홈플러스는 2.5%, 롯데마트는 2.2% 늘었다. 이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3.2% 줄었지만, 식·음료 및 가공식품 판매가 신장하면서 연휴기간 전체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8.2% 증가했다. 상품군별로는 신선식품이 8.7%, 자체브랜드(PB) 피코크 등 간편가정식품(HMR)이 10.7% 신장했다

대형 유통업체 공세 앞에 전통시장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서울 남대문시장과 부천 자유시장, 역곡 상상시장 등에서 만난 상인들은 일제히 “예년보다 추석 장사가 신통치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8일 역곡 상상시장에서 만난 청과류 판매상 김순덕(48·가명) 씨는 “추석 연휴에도 틈틈히 나와서 가게를 봤는데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며 “워낙 큰 마트들이 주변에 많다보니 (손님들이) 다 거기로 몰려간 것 같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전통시장의 ‘보릿고개’가 점차 장기화하는 원인을 대형 오프라인 쇼핑몰로만 귀결시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시간과 날짜, 장소 등의 제한이 있는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이커머스가 골목상권의 핵심 ‘먹거리’들을 잠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G마켓은 올 추석을 앞두고 이커머스의 청과류와 수산, 제기세트 판매량이 모두 급증했다. G마켓의 올해 추석 1주전(9월23~29일) 과일 판매량은 지난해 추석 1주전 대비(2016년 9월7~13일) 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산물과 제수용품 판매량은 각각 50%, 30% 늘었다. 같은 기간 11번가의 과일, 수산, 제수용품 판매량은 전년보다 7%, 9%, 6% 신장했으며 위메프의 굴비, 곶감, 제수용품 판매량은 각각 218%, 158%, 77%씩 늘었다.

◇ “마트 막는 것 능사아냐”...골목상권 내부에서도 성토 목소리

과거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상품을 ‘클릭’ 한번으로 구매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국내 유통시장 지형도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정이 추진 중인 유통규제의 골자는 대형유통시설의 영업일수 등을 제한해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인데, 정작 이 같은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만 축소시킬 뿐 골목상권 부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대형유통시설 규제를 찬성해온 소상공인 단체 일각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마트 영업을 막으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흘러갈 것이란 ‘풍선효과’는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총회장은 “처음에는 대형마트를 죽이면 우리(골목상권)가 살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규제가 시행돼도 여전히 어려웠다”며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자들은 시장을 찾는 게 아닌 온라인쇼핑몰을 찾는다. 정부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엉뚱한 곳에서 찾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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