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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캐스팅’ 사기 수법 보니…“특별한 재능 있다” 현혹

장구슬 기자I 2019.05.08 14:25:07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돈을 뜯어낸 일당이 운영하던 매니지먼트사에 걸린 아역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 (사진=서울 방배경찰서 제공)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방송에 출연시켜 주겠다며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를 속여 수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6일 검거됐다. 피해자 수는 15명으로, 피해 금액은 5억 원에 달한다. 부모들은 자녀가 불이익을 받을까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 피해를 본 한 아역배우 지망생 엄마 A씨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캐스팅 사기 수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A씨는 “작년 1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아이 사진을 봤는데 지금 찾고 있는 기업 광고 이미지에 적합해 보여서 미팅을 하고 싶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회사에 방문한 A씨는 캐스팅이사와 만났다. A씨는 “(이사가) 우리 아이가 광고에 잠깐 나가기에는 아까워 연기를 배워서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소속비 50만 원, 프로필 촬영비 35만 원, 6개월 연기 수업료 210만 원 등 총 300만 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해당 비용을 결제한 A씨는 “회사 건물도 매우 컸고, 캐스팅 사례 등 사진을 (건물 내부에) 쫙 붙여 놨다”며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해온 회사에서 거짓말을 할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게끔 했다”라고 전했다.

아이가 두 번의 연기 수업을 받은 뒤 A씨는 캐스팅 이사의 연락을 받았다. A씨는 “‘회사에서 보이그룹을 결성하게 됐다’며, 당장 계약서를 써야 하니 회사로 나오라 했고 2400만 원의 교육비를 요구했다”고 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이사는 A씨를 볼 때마다 ‘다른 아이가 그 자리에 들어가서 연습하게 됐다’고 과시하듯 말했다.

이후 이사는 A씨에게 또 연락해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며 웹드라마 캐스팅 명목으로 280만 원을 요구했다. A씨는 “우리 아이한테만 주어진 특별한 기회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면서 “대출 방법까지 제시하며 3시간 동안 집요하게 설득해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회사가 폐업한 이후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A씨는 “우리 아이가 빨리 주인공을 해서 유명해진다든지 욕심냈던 적은 없었다”며 “(회사 측에서) ‘아이의 능력이 충분한데 부모가 이걸 못 해 주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현정 앵커는 “‘아이는 (능력이) 되는데 부모가 아이 발목을 잡는 것 아닌가’라는 식의 말을 하면 부모 마음이 약해진다. 그 심리를 자극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달 연예기획사 대표이사 B(48)씨와 캐스팅이사 C(48)씨를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 15명에게 등록비, 교습비 명목으로 5억여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과거 부부 사이로, 이혼 후에도 함께 방배동에 기획사를 차리고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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