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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무릅쓰고 도쿄올림픽 강행한 스가 정권, 도쿄의회 선거 패배

김보겸 기자I 2021.07.05 16:43:48

'총선 전초전' 도쿄도의회 선거서 자민당 31석 그쳐
연립 공명당과 합쳐도 56석…과반 64석에 못 미쳐
코로나19 방역실패·도쿄올림픽 유관중 강행이 원인
자민당과 반대노선 취한 日야당들, 의석 늘리며 선전
"이대로는 안 된다"…자민당 내부서 스가 교체론 솔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집권 자민당이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쳐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올림픽을 밀어붙이면서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를 발판으로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총선에서의 승리를 노린다는 자민당 전략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5일 NHK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33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연립여당 공명당의 23석과 합쳐도 56석에 그쳐 전체 127석 중 과반인 64석에 못 미쳤다.

코로나19 대응에 미흡했다는 점이 선거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집권 자민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작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수도권 등 광역지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했지만 재확산을 막지 못했다. 또한 백신 물량을 조기에 확보하는 데 실패하며 불만을 키웠다. 27세 남성 회사원은 아사히신문에 “자민당만큼은 투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만일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도의회도 지금의 국회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도쿄올림픽을 강행하기로 한 것도 모자라 유관중 개최를 고집한 점도 자민당 지지세 악화에 일조했다. 다치가와시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한 66세 여성은 “저번 선거에서는 자민당에 투표했지만 이번에는 도민퍼스트회에 투표했다”며 “무리해서 올림픽을 치를 필요가 있는 것인가”라고 했다.

반면 자민당과 반대 노선을 취한 정당들은 이번 선거에서 약진했다. 무관중 개최를 내세운 도민퍼스트회는 31석을 얻어 자민당에 이어 제2당으로서 영향력을 확보했다. 도민퍼스트회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자민당에서 나와 새롭게 만든 지역정당으로, 선거 기간 동안 간접흡연 방지 조례나 대기아동 대책 등 고이케 지사의 실적을 강조했다.

도쿄올림픽 중단을 외친 공산당에선 19명이 당선돼 이전보다 의석을 1석 늘렸고, 연기 및 중단을 내세운 입헌민주당은 8석 늘린 15석을 확보하며 선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5일 총리관저에서 기자단에 “자민당, 공명당으로 과반을 실현하지 못한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패배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냉정히 분석해 다음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관중 여부와 관련해서도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5자회담 일정을 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차기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부에선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도쿄도의회 선거는 전국 단위인 국회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애초 자민당은 도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뒤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중의원 총선에서도 안정적으로 승리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중요 길목 선거에서의 부진으로 이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스가 총리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도 되느냐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총리를 교체하지 않고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를 치렀다가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민당 중진 의원은 교도통신에 “(스가)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 총리 교체론이 나올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할 경우 9월에 먼저 총재 선거를 한 뒤 그 다음에 총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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