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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한 번에..현수막 쓰레기더미 '63빌딩 1225개' 세운다

이영민 기자I 2024.03.25 16:24:38

5년간 선거 폐현수막 1만3985t 발생
재활용률 낮아 대부분 소각처리
올해 낙선자가 거는 현수막까지 상당수될 듯
"온라인 등 홍보방식 전환 필요"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거리 곳곳마다 정당과 후보자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선거철마다 길거리 사이를 빼곡하게 메운 현수막들이 버려져 골칫거리로 전락하며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총선 전후로도 폐현수막이 다량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근본적으로 다른 홍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 중구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도로에 현수막이 연이어 걸려 있다. (사진=이영민 기자)
25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3번 출구 앞. 인근 도로에는 정당별로 후보자와 공약을 알리는 현수막 3장이 가로수에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맞은편 도로에는 서로 다른 정당명이 적힌 현수막 2장이 일렬로 걸려 있었고 400m 앞 도로에는 같은 내용의 현수막 2장이 30보 간격으로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지나는 시민들은 대부분 현수막에 눈길을 주지도 않거나, 봐도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36)씨는 “현수막에 눈길이 안 가서 필요를 못 느낀다”며 “TV토론이 새로운 후보나 공약 정보를 알려주는데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임모(49)씨는 “공약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자원 낭비 같다”며 “현수막을 늘리는 것보다 서민들에게 주거 문제 해결처럼 피부에 닿는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찾은 영등포구 국회 정문과 맞은편 도로에도 총선용 정당 현수막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는 모습이었다. 양천구에 사는 강헌일(53)씨는 “요즘 SNS가 발달해서 그걸로 다 보는데 현수막은 낡은 방식인 것 같다”며 “홍보 효과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중랑구에서 온 정모(53)씨도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온라인 홍보를 확대하는 편이 낫다”며 “저런 현수막은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철마다 상당수 현수막이 제작된다. 지난해 6월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치러진 5번의 선거에서 폐현수막이 총 1만3985t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녹색연합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서 사용된 현수막은 3만580여장으로 63빌딩 1225개(305.8㎞) 길이에 달했다.

최근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철 쓰고 버려지는 현수막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현수막은 매립 시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 합성섬유가 주성분이어서 대부분 소각된다. 현수막 1장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28㎏ CO2e다. 21대 총선 기간에 제작된 현수막(3만580여장)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92.2t CO2e로 추정된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약 2만1100그루가 한 해 동안 흡수해야 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다. 현수막은 재활용률도 미미하다. 2022년 제8대 지방선거 당시에 배출된 현수막 1557t 중 재활용된 현수막은 25%(387t)에 불과했다. 나머지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됐는데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이 온실가스와 함께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21대 국회에서는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해 현수막을 만들 경우 재활용이 쉬운 재질과 구조로 제작하도록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2021년 7월 발의된 뒤 2년 넘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심사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폐현수막은 올해도 다량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행정안전부는 올해 1월 26일부터 2월 29일까지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총 1만3082개의 규정 위반 정당현수막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에 따라 선거기간(3월28일~4월 10일) 전 폐기될 정당 현수막과 선거 후 당선인, 낙선자가 내거는 현수막까지 더하면 폐현수막 수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선거 홍보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홍 소장은 “현수막을 쓰레기나 낙엽 보관용 마대로 재활용하는 곳도 있지만 이때도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며 “홍보방법을 바꿔서 현수막의 사용 자체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진 만큼 각 정당에서 만든 선거 홍보물의 링크를 선관위에서 유권자에게 안내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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