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방부 장관의 '순직 해병' 수사 개입 우려된다

김관용 기자I 2023.08.10 17:11:1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故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 논란에 대해 국방부 장관의 해외 출장 전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달했을 뿐 문자 메시지를 통해 혐의자 가운데 특정인을 제외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 조사결과에는 관련자 8명의 과실이 나열돼 있는데, 과실과 (채 상병) 사망 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실해 범죄 혐의 인정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법적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장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달 22일 해병대1사단 김대식관에서 거행된 故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주요직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해병대)
그러나 근본적인 의문은 왜 국방부 장관이 수사 결과를 수정하려 하는지다. 이 사건은 애초부터 수사·재판권이 군에 없는 사안이다. 지난 7월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라 군인·군무원이 사망한 경우 그 원인이 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민간 경찰에 있기 때문이다. 군은 사망사건 자체만을 수사하고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이를 민간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

처음부터 채 상병 사망사고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시작된 이번 사건 수사에서 해병대 수사단은 관련자들에게 ‘과실 치사’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했다. 여기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법리 검토’를 이유로 이첩을 보류시키거나 재검토·수정을 요구하는 건 수사에 개입하려는 모양새로 읽힌다. 실제 혐의가 객관적으로 입증되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는 민간 경찰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장관은 군의 자체 사건 수사 결과를 확인만 하면 된다.

국회와 국방부가 군사법원법을 개정한 이유는 수사·기소·재판이 모두 군 조직 내부에서 이뤄지던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외부 기관의 참여로 군 사법체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초동수사의 부실 문제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 의미가 퇴색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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