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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시다 대규모 개각 단행…외무상에 '지한파' 가미카와

박종화 기자I 2023.09.13 17:26:17

각료 19명 중 13명 교체…여성·신진 전면배치
20년 만의 여성 외무상…한일의원연맹서도 활동
계파안배로 차기 당총재 선거 겨냥·경쟁자 견제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각료 19명 중 13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지한파’로 꼽히는 가미카와 요코 신임 외무상을 포함해 여성과 신진 인사들이 대거 발탁됐다. 개각과 함께 이뤄진 자유민주당 당직 인사에선 아소 다로 부총재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등 핵심 인사들이 유임됐다. 인사 쇄신으로 지지율 반등을 노리면서도 계파 갈등은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FP)


1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개각과 집권 자민당의 당직 인사를 함께 단행했다. 특히 이번 개각으로 가미카와 외무상과 쓰치야 시나코 부흥상, 지미 하나코 지방창생 당담상, 가토 아유코 저출산 당담상 등 여성 각료가 5명으로 늘어났다. 여성 각료 수론 역대 내각 중 최다다. 이번에 처음 각료직을 맡는 신진 의원도 11명이나 된다. 내각 주요 인사 가운데는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고노 다로 디지털상,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등은 자리를 지켰다.

가미카와 요코 신임 일본 외무상(사진=AFP)


새로 입각한 인물 중 눈에 띄는 인사는 가미카와 외무상이다. 일본 내각에서 여성이 외무상을 맡은 건 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기시다파 출신인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상원에서 보좌진으로 일한 국제통이다. 과거 한일의원연맹에서 활동해 지한파(知韓派)로도 꼽힌다. 2007년 조선통신사 400주년 심포지엄에선 “일본과 한국이 서로 손을 잡고 대화를 계속한다면 과거 실수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개각에 쇄신을 부각하려는 기시다 총리 의중이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최근 지지율이 정체·하락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분위기 전환 카드로 개각을 준비해왔다. NHK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33%로 ‘지지하는 않는다’는 비율(48%)보다 15%포인트 뒤처졌다.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로선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계파 안배도 이번 개각·당직 인사를 읽는 키워드다. 자민당 당직 인사에서 아소 부총재와 모테기 간사장이 유임된 게 대표적이다. 현재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파 의원 수는 4위에 그치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정국을 끌어가기 위해선 1위인 아베파(니시무라 경산상·마쓰노 장관), 2위 아소파(아소 부총재), 3위 모테기파(모테기 간사장)과 연합을 유지해야 하는 사정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내각에서도 아베파(4명)와 아소파(4명), 모테기파(3명)에 자신의 계파(2명)보다 많은 자리를 내줬다.

모테기 간사장의 유임엔 내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의 유력한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간사장에 유임시킴으로써 불출마를 압박할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렸다. 일본 정치에선 각료나 주요 당직을 맡고 있으면 현직 총리에게 도전장을 내지 않는 게 관례다. 핵심 당직인 선거대책위원장에 모테기파면서도 ‘차세대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오부치 유코 의원을 발탁한 것도 모테기 간사장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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