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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제기하면 '입 닥치라'…보잉 내부고발자의 눈물

이소현 기자I 2024.04.18 16:56:23

美 상원 청문회서 보잉 안전문화 붕괴 지적
"품질 문제 제기하면 위협 받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비행 중 구멍’ 사고로 항공기 문짝이 뜯겨 나가는 사고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에서 안전 문제가 철저히 무시됐다는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나왔다. 안전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입 닥치라”는 말을 듣는 등 회사의 안전문화가 붕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한 샘 살레푸어 보잉 엔지니어가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로이터)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뉴스(FT)에 따르면 미 상원 청문회에서 보잉사의 품질 엔지니어로 10년 이상 근무한 샘 살레푸어는 보잉 내에서 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에 대한 보복 문화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잉 777과 787 항공기의 안전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관리자로부터 질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저는 무시당했고, 지연을 일으키지 말라는 말을 들었고, 솔직하게 ‘입 닥치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살레푸어 엔지니어는 지난주 787 항공기가 수천 번의 비행 이후 부품이 해제되는 등 와이드바디(광동체) 항공기가 파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후 이날 의회 증인으로 참석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그의 주장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품질 문제를 제기하면 위협을 받는 문화가 있다”며 “(그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보잉은 이날 청문회에서 그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보잉은 사내에서 보복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787이 테스트 중에 안전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잉은 올해 초 177명을 태우고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공항에서 출발한 알래스카 항공 소속 737 맥스9 여객기 객실 측면에서 ‘도어플러그’로 불리는 모듈식 부품이 뽑혀 나가는 사고를 계기로 품질 및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부각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후에도 항공기 결함 소식이 잇따라 나왔다. 전일본공수(ANA) 항공의 보잉737 조종석 창문에 균열이 발견돼 회항하는 일이 있었고, 아틀라스 항공의 보잉747 화물기 엔진에 야구공 크기의 구멍이 발견돼 비상착륙했다. 이달 7일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보잉737-800이 이륙 도중 엔진 덮개가 떨어져 동체 날개에 부딪히는 바람에 공항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보잉은 알래스카항공의 737 맥스 기종에서 비행 도중 기체에 구멍이 생긴 사건으로 미국 상원과 연방항공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예비보고서를 보면 당시 볼트 4개가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보잉이 제조 및 품질 관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여러 사례가 발견됐다.

지난 2월 보잉의 안전문화를 비판하는 보고서의 전문가 패널로 참여한 하이에르 드 루이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항공우주엔지니어는 “보잉은 직원들이 보복을 두려워하는 회사 차원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증언했다. UN 통역사였던 그의 여동생은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이 운항하던 737맥스 기종의 설계 결함으로 인해 추락 사고를 당했다.

드 루이스는 미 상원 소위원회에서 별도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보잉 직원들은 안전이 최우선 과제라고 듣지만, 이는 생산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말”이라며 “직원들은 피드백을 거의 받지 못하고 고집을 피우면 다음에 연봉 인상이나 보너스, 이직 등 더 나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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