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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자국 남지 않고 재활용도 되는 필름 소재 개발

강민구 기자I 2024.03.25 16:14:21

녹여서 재활용 가능한 투명 점착소재 선보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자원순환과 폐기물 저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자원재활용이 가능한 투명 점착 필름을 개발했다.

상용화된 점착제와 비교한 무가교제형 점착제 재사용 평가.(자료=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의 이원주·유영창·안도원 박사 연구팀이 백현종 부산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고분자 사슬 길이를 확대해 화학적 가교구조(3차원 네트워크 형상을 갖는 그물구조) 없이 우수한 점착특성을 갖는 투명 점착 필름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투명 점착 필름은 자동차와 같은 이동 수단, 생활용품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쓰는 점착소재는 3M 스카치테이프나 라벨테이프처럼 부착을 위한 점착필름과 스마트폰 액정보호 필름처럼 표면을 보호하거나 점착소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플라스틱 필름으로 나뉜다.

점착소재를 분해·재활용하려면 점착필름을 없애야 하지만, 대부분 점착소재가 통째로 버려지고 있다. 기존 점착 필름은 화학반응으로 결합하는 3차원의 화학적 가교구조를 통해 점착력을 높이는데, 일반 용매나 열에도 잘 녹지 않아 사용 후 모두 폐기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점착 필름을 분해하거나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이다. 점착 소재 재활용의 핵심인 점착 필름의 화학적 결합을 끊어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독성 촉매를 쓰거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점착 필름을 이루는 고분자 사슬의 분자량을 극대화해 더 잘 엉키는 성질을 이용해 화학적 가교 구조 없이도 기존 점착 필름과 비교해 자국이 남지 않고 접착력이 더 좋은 소재를 개발했다.

고분자 소재는 일반적으로 사슬이 길수록 높은 강도, 안정성 등의 물리적 특성이 있다. 길이가 짧은 실을 뭉치면 실가닥을 쉽게 뽑아낼 수 있어 쉽게 풀리는 반면 길이가 긴 실은 뭉치고 나면 많은 엉킴이 발생해 실가닥을 뽑아내거나 풀기 어려운 현상으로 비유할 수 있다.

기존 투명 점착 필름을 구성하는 고분자는 사슬 길이에 한계가 있다. 또 사슬길이의 다분산지수가 높아 분자량이 긴 사슬과 짧은 사슬이 같이 있다. 사슬이 짧은 고분자는 점착 필름을 없앨때 표면에 점착 잔여물이 남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연구팀은 가시광선을 이용한 방법으로 기존 고분자 사슬보다 2.8배 긴 초거대고분자를 합성했다. 개발된 초거대 고분자는 사슬의 길이가 길어 사슬 엉킴이 쉽게 일어나고, 사슬당 발생하는 엉킴의 숫자가 매우 높다. 짧은 사슬 길이를 갖는 고분자가 거의 없어 점착 필름을 없애도 점착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

개발된 비가교 투명 점착 필름은 기존 점착 필름 대비 약 130% 수준의 우수한 부착력을 지녔다. 표면에서 없애도 잔여물이 남지 않았다. 다양한 시험 환경에서도 우수한 안정성을 나타냈다.

특히 화학적 가교구조가 없어 점착 필름을 사용한 뒤 무독성 용매에 쉽게 녹일 수 있다. 회수된 고분자를 여러 차례 재가공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기존 경화성 투명 점착 필름과 달리 사용 후에도 폐기하지 않고 폐기물의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하다”라며 “탄소저감, 폐기물 저감과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자원순환형 정밀화학소재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매터리얼스 앤드 인터페이시스(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의 지난해 1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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