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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사실 공표도 '내로남불'?…박범계 연일 때리는 박준영

남궁민관 기자I 2021.04.08 14:58:45

檢 청와대 사정기획 의혹 수사 관련 보도 줄잇자
박범계 "묵과하기 어려워"…'정치검찰'에 경고장
반면 현 정권 수사 압박하나 '정치장관' 지적 나와
박준영 "정치적 입장 반영된 모순" 비판 전면에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피의사실 공표’를 두고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뜻밖의 설전을 펼쳐졌다. 박 장관은 최근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검찰발(發)로 추정되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관련 언론보도가 쏟아진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피의사실 공표’에 엄중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나섰는데, 박 변호사는 오히려 이같은 박 장관의 행보에 깔린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면서 사문화된 ‘피해사실 공표죄’에 대한 현실적 검토가 먼저라고 꼬집었다.

박준영 변호사.(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과 클럽 버닝썬 의혹, 고(故) 장자연씨 성접대 의혹 등과 관련 청와대 보고용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한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 지난 6일 “피의사실 공표-내용, 형식, 시점 등등.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즉 검찰이 지난 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 관련 수사 내용을 흘려 영향을 미치려했다고 본 것으로, 실제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 “선거를 바로 직전에 앞둔 날에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사실조회 요구 기한과도 관계가 있다”며 “밝히기 어렵지만 왜 선거를 앞둔 상황서 굳이, 그런 측면에서 시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은 지난 5일 수원지검, 6일에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사실 공표’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진상확인을 지시했으며, 결과에 따라 박 장관의 감찰 지시까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장관의 이번 행보는 ‘정치 검찰’에 대한 경고장으로 풀이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박 장관이 ‘정치 장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은 물론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 현 정권 관련 사건 맡은 검찰 수사팀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란 의구심 어린 시선이다.

재심 전문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박 변호사는 7일과 8일 연이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문의 글을 남기며 이른바 ‘내로남불’이라 꼬집었다.

먼저 박 변호사는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는 수사 상황이 거의 생중계되듯 언론에 보도됐지만 여당, 법무부, 청와대는 침묵했다”며 “침묵하던 사람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다들 아실 것이다. 이들이 한참 침묵을 하다가 거세게 반발한 것은 정치적 입장과 진영 논리가 반영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의 ‘원칙’은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때로는 침묵 때로는 강조가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래서 이 원칙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박 장관에게 모순된 원칙 강조보다 ‘피의사실 공표’를 공론화해 실효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작업부터 선행해되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건냈다.

박 변호사는 ‘국민의 알 권리’, ‘미디어 등 보도·표현의 자유’ 등을 고려하더라도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당사자(피의자)가 받는 법률적, 사실적 불이익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의사실 공표죄를 존치시킬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며, 과거 2018~2019년 자신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일원으로 참여해 만든 ‘피의사실 공표 실태를 확인하고 제도 개선방안을 도출’ 보고서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번 보고서를 근거로 2019년 5월 28일 ‘피의사실 공표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하고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 제정을 권고하기까지 했다. 그때 법무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책을 도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피의사실 공표죄의 엄격 적용을 주장하기에는 규범력이 확보되지 않은 기간이 너무 오래됐다. 사문화된 법을 되살릴 때는 사문화된 이유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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