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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 들인 서울 택시유니폼정책 좌초 위기…인권위 "기본권 침해" 판단

박기주 기자I 2019.04.03 12:00:00

서울시, 2018년부터 제도 시행…16억 투입
택시 이미지 개선 등 목적 정당성 있지만, 실효성 의문
과태료 부과 등 지나친 규제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도입한 법인택시 기사의 유니폼 (사진= 서울시)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서울시가 추진한 서울 법인택시 유니폼사업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택시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택시기사의 복장을 규제하는 것은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인권위는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법인택시 기사 복장 규제와 과태료 규정은 법인택시 기사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행동자유권 침해라 판단하고, 서울시에 관련 명령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권고는 지난해 1월부터 서울시가 법인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지정복장 착용을 의무화하고 택시 기사가 지정복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10만원의 처분을 부과하겠다는 사업개선명령을 내리자 이에 대해 택시기사들이 반발하며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결과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11월 법인택시 기사의 유니폼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택시 기사 복장은 2011년 자율화됐지만,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겠다며 6년 만에 이를 다시 도입했다. 이에 따라 시내 법인택시 소속 택시기사 약 3만7000명에게 셔츠 2벌과 조끼 1벌을 지급했다. 관련해 총 16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에 대한 택시기사의 인권위 진정 제기에 대해 서울시는 택시 운수종사자의 신뢰감 회복과 업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진행한 사업으로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진정 내용과 서울시의 의견 등을 종합해볼 때 서비스업 근무자들에게 지정된 복장을 입도록 유도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또한 서울시가 지정복장제와 과태료 규정을 만든 배경인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과 직업의식 함양, 택시 이미지 개선 등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복장 규제가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택시기사들의 기본권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택시 이미지 개선은 주로 택시 승차 거부와 난폭운전, 요금 문제가 핵심이므로 법인택시 기사에 대한 지정복장 의무화만으로는 택시 이미지 개선이라는 정책 목적의 유의미한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불량한 복장을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도 가능한데, 지정된 복장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또 “복장 자유화를 통해 전체적인 서비스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지 5년여 만에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규제 완화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못하며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정책 시행 후 1년이 지나면서 지정 복장을 착용하는 기사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데다가 올해 서울시 예산에 지정 복장과 관련한 예산이 책정되지 않는 등 현행 제도가 의미를 잃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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