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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법적 근거없는 그림자규제 뿌리뽑는다(종합)

정다슬 기자I 2015.06.15 16:45:23

"현장의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금융의 자율과 경쟁 제한"
"금융당국 손발 스스로 묶겠다"

△임종룡(맨 오른쪽)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금융당국이 법적 근거 없는 규제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올해 3월부터 금융규제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현장 일선에서는 감독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금융의 자율과 경쟁을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법적 근거가 명시되지 않은 규제는 폐지하고 법적 근거없이 규제가 이뤄질 경우 감독당국 직원에게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에서 “그동안 규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제도가 많이 개선됐으나 아직 규제가 금융의 자율과 경쟁을 제약하고 불합리하고 불편하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 원인으로 ‘현장의 통제받지 않는 권력’, ‘그림자 규제’ 등을 지목하며 “규제기관의 인식과 마음가짐, 형태가 철저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회사 신뢰얻겠다…스스로 손발 묶은 금융당국

규제개혁 추진방향은 금융당국이 감독할 규제를 명시화해 그 외에 규제를 철폐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금융개혁을 위해 규제를 철폐했음에도 금융현장에서는 그 사실을 잘 모르거나 금융당국의 의지를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위·금감원이 지켜야 할 원칙과 절차를 규정화한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마련해 규정을 어긴 직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내리려고 한다”면서 “인사상 고과나 중대한 사안일 경우 징계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금융당국은 금융법령·규정·세칙 등 명시적 규제뿐만 아니라 행정지도, 모범규준, 가이드라인, 지침 등 그림자 규제를 전수조사해놓은 상태이다. 이중 ‘금융기관 업무위탁 규정’처럼 법적 근거가 없는 규제에 대해서는 일괄 폐지하거나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를 두기로 했다.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졌던 ‘건전성 감독 규정’도 완화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건전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금융회사 영업행위, 경영판단 행위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관여해 왔다”며 “중복되거나 과도한 건전성 규제에 대해서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정비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점차 규제를 줄여나가는 작업도 함께 해나간다. 금융위는 앞으로 규제를 개정할 때 일몰기간을 함께 설정할 방침이다. 한번 만들어진 규제가 영구적으로 남아 금융현실과 궤리를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신규 규제에 대해서만 일몰설정을 의무화해왔다. 또 금융위 자체규제심사위원회에 민간 출신 옴부즈만을 추가해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 애로사항 등을 익명 신고·접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개정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작업을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은행·지주, 보험, 중소금융, 금융투자별로 작업반을 운영해 모범규준,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모든 규제를 전수조사하고 규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현장점검반 등을 통해 현장으로부터 금융규제 개혁과제를 전달받아 ‘안되는 것만 되고 다 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전에는 업계가 금융당국에게 요구사항을 받아달라고 설득해야 했지만 이제는 업계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면 금융당국이 왜 안되는지 일일이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금융권 ‘환영’…일각에서는 여전히 ‘불신’

금융당국의 강한 규제개혁 의지에 금융권은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후 연일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을 보며 신뢰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 부수업무 네거티브화 등 개혁움직임이 조만간 큰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의지는 높게 평가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큰 것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며 “이정도 규제개혁으로는 ‘빅뱅’이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위가 단 한 번도 금융규제개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은 없다”며 “그런데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규제가 바로 금융당국의 권력이기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진정으로 금융에서 창의성과 자율성이 싹트기 위해서는 가격·수수료 등 영업·경영에 관련된 결정권을 시장에 맡기고 전업주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좀 더 금융기관을 적자생존의 환경으로 내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금융당국이 가격, 수수료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만들었다는 모범규준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격을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네거티브 시스템, 전업주의 완화 등 장기적인 과제도 방향성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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