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임병식의 창과 방패]선거는 왜 민주주의 꽃이 아닌가

e뉴스팀 기자I 2021.04.01 13:36:56
[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정말 그런가. 아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사자조차 코웃음을 칠 게 빤하다. 선거판은 축제는 커녕 증오와 갈등만 증폭시키는 싸움터다. 2등은 없는 선거 특성상 그렇다. 진영이란 참호 속에 숨어 서로에게 포를 쏘아댄다. 흑색선전과 음해는 기본이다. 이런 극단적인 정치 풍토 아래서 정책선거를 기대한다면 순진하다. 4.7 재보궐 선거는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최근 며칠 동안 황사와 미세먼지는 일상을 위협할 정도다. 선거판 또한 뿌연 황사와 미세먼지에 갇힌 듯 답답하다. 시민들에게 황사와 미세먼지 발원지는 중요치 않다. 중국이 됐든 몽골이 됐든 하루빨리 걷히길 기대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든 보수든 중요한 건 아니다. 누가됐든 내 삶이 나아졌으면 한다. 부동산 공약보다 삶의 질을 바꾸는 생활 공약을 기대했지만 난망이다.

누가 시장이 되면 내 삶이 달라질까. 배달된 선거 공약집을 살펴봤다. 집권여당과 제1 야당 후보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부동산’이다. 서울, 부산할 것 없이 온통 부동산이다. 어쩌다 부동산 선거로 전락했는지 아연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부동산만 해결하면 모든 게 풀릴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오히려 군소 후보들에게서 참신한 생활 공약을 발견한다.

아무래도 정부와 집권여당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LH사태는 기름을 끼얹었다. 여기에 정권 인사들의 위선적 태도는 불을 댕겼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다. 전월세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을 주도했다. 그런데 자신은 법 시행 이틀 전, 전세보증금을 14.1% 올렸다. 자신이 전세로 사는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보유한 현금만 14억7,300여만 원에 달해 해명은 궁색하다.

앞선 정책실장들도 부동산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김수현은 7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경실련은 김수현이 소유한 아파트가 2년 10개월 만에 9억 원에서 19억 4000만원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 앞으로 전철 노선이 신설되면서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 없다”고 했다. 정작 자신은 강남 아파트에 살며, 경실련 조사에서 아파트 가격은 2년 10개월 만에 11억여 원 올랐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직’보다 ‘집’을 택했다. 그는 서울 강남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여 원 비싸게 내놔 ‘매각 시늉’ 논란을 자초했다. 김의겸 전 대변인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났다. 여당 국회의원 몇몇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급기야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국민 여러분 화가 풀릴 때까지 반성하겠다.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유는 민심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여당은 뒤지고 있다. 4.7재보궐 선거는 정권교체를 가늠하는 갈림길이다. 선거 결과는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야가 화력을 쏟아 붓는 이유다. 현 정부를 아끼는 조기숙 교수는 김상조에 대해 “LH 사건과 다를 바 없는 불법행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 무능까지는 참을 만하다. 무능보다 더 화나게 하는 건 위선”이라고 썼다. 조 교수에 대한 공격이 뒤따랐다. 그는 “비난하는 민주당 지지자들 때문에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까 하는 반감마저 든다. 더 이상 나 같은 유권자를 자극하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이게 조기숙만 생각일까. 민주당 아낀다면 적어도 비판적 지지와 비난 정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전남 고흥 도화면에 근무할 때다. 직속상관 전라좌수사가 거문고를 만들기 위해 오동나무를 베어가려했다. 이순신은 “이 나무는 관청 재물이다. 누구도 함부로 베어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해미 병마절도사 때는 어머니를 뵈러 가면서 양식을 관고에 반납했다. 출장 후 남은 양식도 모두 반납했다. 현 정부 인사들에게 이순신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국민정서를 헤아리는 도덕 수준을 기대한다. 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 될 수 없는가. 위정자들의 ‘내로남불’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