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후판價 협상 돌입..철강-조선 거세지는 신경전

하지나 기자I 2024.03.07 16:27:45

철강업계, 올해 가격 인상에 무게
조선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지적
양측 입장 엇갈려 협상 난항 예고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들의 신경전이 거세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가격을 인하한만큼 추가 양보는 불가하다는 입장인 반면, 조선업계는 중국산에 비해 국내 후판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들어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지난달부터 조선사들과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 철판으로 주로 선박용에 사용된다. 가격 협상은 상·하반기에 한번씩 이뤄지는데 지난해 하반기 후반 가격은 소폭 인하로 결정되며, 1톤(t)당 90만원 중반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철강사들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른데다 전기료 인상 등으로 생산 비용이 늘어났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더이상은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품 생산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철광석 가격은 지난 1일 t당 117.3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4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철광석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지난 2022년 3분기 t당 80달러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철강업계는 지난해에도 수익성 부진을 겪었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7.2%, 50.1% 감소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후판가격 인상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내에 월별로 단계적 가격 인상 계획을 갖고 있다”며 “업계 상황을 고려해 그동안 반영하지 못했던 원료 가격 인상을 반영하기 위해 고객사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현대제철도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중국 저가 후판과 엔저로 인해 저렴해진 일본 시중 후판으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협상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며 “상반기 협상에서는 원재료, 제조원가 인상분을 후판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국내 후판 가격이 수입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국내산 후판 가격은 t당 102만원인 반면 수입산 후판 가격은 81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주 1~2년 후 선박이 건조되는 조선업 특성상 수주 계약 후 후판 값이 오르면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역시 5월부터 시작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며 7개월만에 마무리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대표적 전·후방 산업으로 끈끈한 상생 협력의 관계를 맺고 있다”며 “서로의 입장차가 커서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간 힘든 시기마다 서로 양보하면서 가격 협상을 진행한 만큼 이번에도 원만한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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