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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아니라 정치인이 문제"…여의도 수술칼 잡은 김문수

정다슬 기자I 2014.09.25 17:34:48

8년 여의도 정치공백 '리스크'…혁신위원 잡음으로 신고식 치뤄
“권력구조 고치면 정치 좋아지냐”…'개헌론'엔 일침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25일 여의도 정치권을 향해 수술칼을 들었다. 3선 국회의원이자 재선 경기지사를 경험한 그는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이 국회의원이라고 지목하며 여의도 정치와 날을 세울 각오를 밝혔다.

◇개헌보단 ‘특권 내려놓기’ ‘일 잘 하는 국회’에 초점 맞출 듯

김문수 보수혁신위장이 25일 국회에서 혁신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은 혁신위에서 다룰 의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는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헌에 대한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혁신위원인 조해진 의원을 비롯해, 이재오·이인제·김태호 의원도 여러 차례 개헌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김위원장은 “헌법이 나빠서 대한민국 정치 불신이 생겼다기보다는 정치인들이 문제 있는 것 아니냐”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인에게 권력을 주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권한이 많다고 특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개헌과 같은 거대담론보다는 선거제도와 공천권을 개혁하고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쪽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개선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도입 △장애인·여성·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게 비례대표 확대 등을 혁신위의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정치인들이 말은 크게 하고 실천은 작게 하는데 이것이 가장 고쳐야 할 점”이라며 “언행일치가 정치불신을 치유할 제 1과제”라고 강조해 6개월이라는 혁신위 활동기간 동안 뚝심 있게 밀어붙일 각오도 나타냈다.

◇중앙당 복귀 첫 날…호된 ‘신고식’ 치뤄

김 위원장의 8년만의 중앙당 복귀는 첫날부터 쉽지 않았다. 혁신위원으로 염두에 뒀던 홍준표 경남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혁신위원 내정을 당 내 반발로 철회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일부에서는 혁신위가 차기 대권주자의 놀이터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공개비판했다. 그는 특히 홍·원 지사의 내정을 겨냥, “저도 김 위원장도 도지사를 해봤지만 중차대한 일을 하면서 장시간 시간을 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김 최고위원과 같은 우려를 표시한 이가 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김 위원장은 홍·원 지사를 당초 고려했던 혁신위원 대신 회의 참여 의무는 없는 자문위원으로 선임했다.

일련의 소동은 향후 김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으로 넘어야 할 과제를 시사하기도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8년 동안 여의도 정치에서 떨어져 있지 않았냐”면서 “그를 뚝심있게 지지해 줄 당내 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약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새누리당 당직자 사무실이 위치한 2층 복도를 둘러 보며 인사를 나눴다. 그는 “대변인실이 여기로 바꼈네”하면서 감상을 나타내기도 하고 기자들에게 “나는 국회가 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약하다고 본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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