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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모아어린이집' 1년…"보육질 향상엔 여전히 한계"

김은비 기자I 2022.08.23 17:50:43

보육 자원 공유에 어린이집 비용 절감 효과 커
절반 넘는 공동체서 차량 공동사용…이동편의↑
연장 보육 공유, 안정적 교육에 오히려 안좋아
"교사 대 아동비율 조정 등 근본적 해결책 필요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오세훈 시장의 대표 보육공약인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모아어린이집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3~5개의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원아 모집, 교재·교구 활용, 보육 프로그램·현장학습 기획·운영 등을 하나의 어린이집처럼 공동으로 하는 보육모델이다. 보육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보육서비스의 품질을 높인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서울형 모아어린이집 ‘마곡14아이마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서울시)
실제로 모아어린이집 도입을 한 후 개별 어린이집 운영 비용 절감 및 현원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반면 여전히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년여 간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의 운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각 어린이집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공간, 차량 등을 서로 함께 이용해 효과를 낸 사례들이 여럿 있었다.

은평구 ‘우리누리공동체’에서는 부부의날(5월 21일)에 엄마아빠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를 저녁 8시까지 돌봐주는 행사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오는 9월 2차 행사를 열 계획이다.

동대문구 ‘상생공동체’에서는 소규모어린이집에서 그동안 공간 등 문제로 대여하기 어려웠던 워터에어바운스(water AirBouncer)를 공동으로 대여해 물놀이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특히 차량이 없어 체험학습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어린이집은 공동체의 다른 어린이집 차량을 함께 이용해 외부활동의 효율성이 크게 좋아졌다. 현재 절반이 넘는 21개 공동체에서 차량을 공동이용하고 있다.

반면 보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모아어린이집 취지와는 달리 보육 프로그램·현장학습 기획·운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각 보육 교사마다 특별활동 프로그램은 다를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환경에 따라 공유의 필요성을 느끼는 정도도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잘하고 있는 어린이집의 경우 다른 어린이집과 굳이 공유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연장 보육이 없는 어린이집의 경우 인근의 모아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자신을 맡은 선생님과 환경이 바뀌면서 아이들이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보육 교사를 하고 있는 김 씨는 “어린이집 원장이 대체교사를 신청 안하는 이유도 아이들이 불안해 하기 때문”이라면서 “모아어린이집으로 연장 보육을 하는 건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아이들이 안정적인 교육을 받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보육 교사대 아동비율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미영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정책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어린이집을 시행하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안정적이게 질 높은 보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대 아동비율을 줄여서 선생님이 더욱 세심하게 아이들을 살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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