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2021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한국 경제를 둘러싼 주요 키워드를 ‘진퇴양난’으로 요약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5년간 매년 각계석학과 ‘한국경제 대전망’ 시리즈로 이듬해 경제를 전망해 왔다. 올해도 국내 28명의 경제전문가들과 코로나가 2020년 가져온 대전환의 흐름과 20201년 한국경제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대내적으로 수출주도형 한국경제는 내수확대 압박을 받고 있고,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정부적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2년 넘게 싸우고 있어 어느 쪽에 설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하면서도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그 이유로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도 한국은 성공적인 방역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고 성장과 고용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교수는 “1인당 소득으로 보면 임진왜란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추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독일을 목표로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로 디지털화를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디지털화는 이전에도 진행되던 흐름이지만 코로나로 가속화됐다. 기업가치 순위에서 약진한 카카오, 네이버 등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디지털화는 내수도 키울 수 있고 리쇼어링(기업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겼다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디지털화의 핵심이 되는 원격의료 등 의료산업을 배제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계경제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중국의 패권경쟁이 지속되면서 기존의 개방, 세계화 기조까지 바뀌고 있다.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신규 투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 등을 압박하며 한국이 이득을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국산화에 한국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이 양국간의 경쟁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경중안미 2.0’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껏 중국은 경제, 미국은 안보라는 공식이 있었는데 사드 이후로 중국이 경제까지 안보정치 논리로 가져오면서 불리해졌다”며 “그렇다고 반대로도 할 수 없으니 더욱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연합(EU)등과 연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U는 자유주의, 다자주의, 민주주의를 견지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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