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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연소·최장기 총리 지낸 아베…총격 피습으로 파란만장 생 마감

김형욱 기자I 2022.07.08 20:57:32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줄곧 승승장구
두차례에 걸쳐 8년9개월간 장기 집권
은퇴 후에도 막강 영향력 행사했으나
전후 유일한 피살 총리 기록 남기게 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2022) 전 일본 총리는 일본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입지전적 정치인이다. 대를 잇는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나 역대 최연소 총리를 지낸 것은 물론 두 차례에 걸쳐 8년9개월을 집권한 역대 최장기 총리로서 은퇴한 현재까지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는 그러나 2022년 7월8일 정오께 자위대 출신 야마가미 데쓰야(41)의 총격으로 68세의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게 됐다.

2015년 11월 2일 청와대를 방문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정치 명문가 출신에 역대 최연소 총리 신기록까지

아베 전 총리는 28세이던 1982년 역시 거물 정치인이던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대신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1991년 37세 때 아버지의 사망과 함께 아버지의 정치적 거점이던 야마구치현을 이어받았고 2년 후인 1993년 중의원에 입성했다.

그의 조부 아베 간 역시 일본 중의원 의원 출신의 거물 정치인이며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도 총리(1957~1958)를 역임했다. 조부와 아버지가 반전 평화주의자였던 데 반해 외조부는 노부스케는 2차대전 당시 일본 육군 대장 출신으로 만주국에서 요직을 지낸 이력이 있는 A급 전범이다. 그는 전쟁 후 구속돼 재판을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아베 전 총리는 정계 본격 입문 후 줄곧 승승장구했다. 일본 최대 정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에서 간사장(2003년)을 지냈다. 또 2005년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지명으로 내각관방장관(2005년)으로 입각에 성공했다. 급기야 이듬해(2006년)는 고이즈미 총리의 뒤를 잇는 총리로 당선돼 제1차 아베 내각 시대를 열었다. 당시 52세이던 그는 이로써 전후(2차대전 이후) 최연소 총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총리 임기는 오래지 않았다. 만 1년을 간신히 채우는 데 그쳤다. 잇따른 내각 내 장관의 사임과 의혹 속 자민당의 선거 참패까지 이어지며 정치적 난관에 빠졌다. 후일 궤양성 대장염으로 건강 상태도 극도로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유세 중 총격 피습당한 아베 전 총리 사건 보도한 일본 석간신문들. (사진=연합뉴스)
역대 최장기 총리 기록도…은퇴 후에도 영향력 행사

그는 그러나 화려하게 재기했다. 2009년 일본 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집권하자 아베는 전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등 일본 내 우익 지지기반을 다졌고 결국 2012년 자민당의 압승을 이끌며 5년3개월 만에 총리에 재임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전 총리의 부활이었다.

그는 2차 아베 내각 시절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양적 완화와 경기부양책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본인의 지지기반인 우익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우경화 행보를 이어가며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긴장 관계를 키우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20년까지 8년, 도합 8년9개월에 이르는 역대 최장수 총리로서 일본 정치사에 기록을 남겼다. 공식 사임 사유는 건강 문제,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은퇴 이후에도 ‘상왕’ 역할을 했다. 그를 이어받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의 취임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세이와 정책연구회 회장에 취임했다. 비슷한 시기 개설한 유튜브 계정도 3일만에 구독자 20만명을 넘기며 일본 내 대중적 인기도 유지했다. 그는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총격 피살을 받았을 때도 참의원 선거 지원유세 도중이었다. 재집권설까지 나오던 시점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총격 피살로 1946년 일본국 헌법 시행 후 처음으로 피살된 총리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는 결국 실행에 옮기진 못했으나 자체 군사력을 갖지 못하도록 한 1946년 일본국 헌법 개정을 평생의 숙원으로 삼아왔다. 공교롭게 그를 피살한 용의자는 그가 그토록 강화하려 했던 자위대 출신의 인물이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에 불만 있어 죽이려 했다고 했으나 정치신조에 따른 원한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총 맞고 쓰러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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