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장치로 뇌 속 신경회로 정교하게 조절해 치료까지

강민구 기자I 2021.01.26 13:00:00

KAIST, 무선 충전 가능한 부드러운 뇌 이식 장치 개발
뇌 기능, 정신질환, 퇴행성 뇌질환 치료 활용 기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무선 충전이 가능한 뇌 이식 장치를 개발했다. 이식 후 몸속에서 오랜 기간 배터리 교체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빛으로 뇌 속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 앞으로 동물실험이 필요한 뇌 기능 연구를 비롯해 정신질환,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정재웅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김정훈 연세대 의대 교수팀과 함께 뇌 완전 이식형 무선 광유전학 기기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뇌 이식용 무선 디바이스.(자료=한국과학기술원)
광유전학은 빛을 이용해 목표로 하는 특정 신경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뇌 기능을 밝히고 각종 뇌 질환을 치료할 해결책으로 뇌과학과 신경과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광유전학은 외부기기와 연결한 광섬유를 통해 신경세포에 빛을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유선 방식은 동물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복잡한 동물 실험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 개발된 무선 임플란트 기기들은 동물의 행동을 제약하지 않지만,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거나 외부 장비에서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해 독립적이지 못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배터리 무선 충전과 기기의 무선 제어를 위한 무선 회로를 개발해 마이크로 LED 기반의 탐침과 결합했다. 이를 통해 동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배터리 무선 충전이 가능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광자극을 무선으로 제어하는 무게 1.4그램의 뇌 완전이식형 기기를 만들었다. 또 생체 이식 후 주변 조직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기를 부드러운 생체적합성 소재로 감싸 생체조직처럼 부드러운 형태로 만들었다.

연구팀이 이 기기를 LED 탐침이 쥐의 뇌에 삽입된 상태에서 두피 안으로 완전히 이식하고 쥐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배터리가 자동으로 무선 충전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중독성 약물인 코카인에 반복 노출된 쥐의 특정 뇌 부위에 무선으로 빛을 전달해 코카인에 따른 행동 민감화 발현을 억제해 광유전학이 코카인에 의한 중독 행동 제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정재웅 교수는 “장치는 몸속에 이식한 상태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해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한 추가 수술 없이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다”며 “뇌 이식용 기기뿐 아니라 인공 심박동기, 위 자극기 등 다양한 생체 이식용 기기에 범용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2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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