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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격차를 인강으로 해소한다고?”…서울시 서울런 사업 "전면수정해야"

오희나 기자I 2021.07.05 15:27:51

서울시, 서울런 예산 36억원 책정
지자체 플랫폼서 일타강사 인강 '빈축'
"학생-지원인력 매칭…쌍방향 학습지원 플랫폼 구축해야"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인터넷강의로는 저소득층 학력격차를 해소할수 없다면서 ‘서울 런’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천구 학원 밀집지역 (사진=연합뉴스)
5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서울지부 등 34개 교육단체는 서울시의회 본관앞에서 서울시가 저소득층 학력격차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서울 런’ 사업에 대한 우려와 대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울 런 사업은 저소득층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플랫폼을 구축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 2일 서울시의회는 서울 런 예산으로 36억원을 통과시켰다. 당초 서울시가 책정한 58억원 중 22억원이 삭감된 금액이다.

교육단체들은 “저소득층 학력격차 해소라는 사업 취지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이 사업으로 저소득층 학력격차 해소를 달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나 사업 타당성 측면에서도 온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학력 저하가 발생한 저소득층 학생들이 겪는 진짜 문제는 학습콘텐츠의 부재가 아니라 학습공백에 대한 적확한 지원을 해줄 조력자의 부재”라며 “이것은 온라인 교육플랫폼에 인강을 탑재하고 수강권을 주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등학교 단계부터 학습공백이 누적돼 있는 중고등학생의 경우라면 인터넷 강의 수강권을 준다하더라도 본인의 학습공백 시점을 찾아내 거기서부터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 런 사업은 교육콘텐츠와 관련해 ‘민간 유명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단체들은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이 사회적 문제인 상황에서 지자체의 플랫폼에서 사교육 강사의 강의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사교육 조장행위”라며 “뿐만 아니라 학교수업의 보완재 역할로서 지자체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사교육 업계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공적 기관이 나서서 공교육의 무능을 자인하는 꼴로 비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과거 EBS 인터넷 강의 강사로 학원 강사를 배치하는 문제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공공성 훼손이라는 지적을 수차례 받았고 현재는 학교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비춰볼 때 시대착오적인 행보”라고 꼬집었다.

교육단체들은 서울시가 저소득층 교육격차 해소와 코로나발 교육격차라는 과제 해결을 위해 기존의 서울 런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단체들은 “저소득층 교육격차 해소를 달성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일은 학습에서 소외될 환경에 노출돼 있는 학생과 가정 배경으로 인해 학습공백이 누적된 학생의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지원 대상과 규모가 결정된다면 이들이 겪고 있는 기초학력 미달이나 학습공백 문제를 진단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 혹은 전문가에 준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학력이 낮거나 학습공백이 발생한 학생들의 경우 이미 오랜 기간 학습에서 소외돼 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정서적 결핍을 채워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습 동기를 강화해 주고 실제적인 학습 방법과 어떤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등의 세심하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도움을 원하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지원인력을 매칭해 주는 쌍방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단체들은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인터넷 강의가 아닌 학습지원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학부모와 일정 자격 수준에 도달한 학습 지원 인력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온라인 교육콘텐츠 플랫폼 구축보다 훨씬 실효성 높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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