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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트럼프 복귀 우려…“무역분쟁·나토 분열 재발 가능성”

방성훈 기자I 2024.01.15 15:56:26

나토 분열·방위비 압박·우크라 지원 축소 등 안보 우려
"트럼프, 과거 유럽 공격당해도 美지원 없다고 말해"
"유럽 최우선 과제 우크라戰, 트럼프는 소극적 대처"
EU 수입품에 돌발 관세 폭탄…무역분쟁 재발 가능성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우려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역전쟁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분열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나토 분열·방위비 압박·우크라 지원 축소 등 안보 우려↑

EU 내부시장 책임자인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지난 9일 유럽의회 관련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을 만나 ‘유럽이 공격받으면 미국은 결코 도움을 주거나 지원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미 아이오와주에서 15일에 치러지는 공화당 첫 경선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가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많은 EU 관료 및 외교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와 별개로 EU가 자체적으로 방어 능력을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민감함 시기에 갑작스럽게 나온 회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토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으로 탄약 재고가 고갈된 상태다. 이에 따라 브르통 위원은 EU 블록 전반에 걸쳐 탄약 생산을 강화하기 위해 1000억유로의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 상태다.

브르통 위원의 발언이 사실인지, 즉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그러한 발언을 했는지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CNN은 설명했다. EU 안보에 대한 미국의 역할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견해를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나토 방위비를 삭감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으며, 방위비 부담과 관련해선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내야 한다고 강력 압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나토의 적으로 간주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는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것이란 믿음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역사적으로 동맹이라는 인식을 송두리째 뒤집어놨다. 아직 당선이 되기 전인 지금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화당의 지원 삭감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코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에 대한 지원은 유럽에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최우선 과제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CNN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 미국이 항상 유럽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EU 수입품에 돌발 관세 폭탄…무역분쟁 재발 가능성도

안보 문제뿐 아니다. 무역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정책을 변경해 다양한 유럽산(産)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해당 조치는 미국을 동맹이라 여겨왔던 EU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의 이안 본드 부소장은 “유럽인들이 미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아무리 디리스킹을 해도 보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가 유럽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의 새로운 현실이 유럽으로 하여금 자기 성찰을 하도록 만들었다면서, 유럽은 과거와 달리 미국에 의존할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EU 외교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침착함을 유지하고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책이라고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EU 관계자는 “과거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대응하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EU 외교관은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그 결과를 짊어질 곳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다. 우리는 성숙하게 대처하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CNN은 EU가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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