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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오간 차바이오텍 주총…스톡옵션 부과안건 부결

이후섭 기자I 2018.03.30 16:29:21

회계이슈 대응 미비 지적…"회계팀의 처참한 인재"
혁신방안 지적 이어져…"올해 30억원 이상 흑자낼 것"

30일 성남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차바이오텍의 정기주주총회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한 소액주주가 회사측이 밝힌 경영혁신계획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사진=이후섭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최대주주인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이나 특수관계인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해명했어야 한다. 또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 당사자의 설명을 듣고 싶다.”

차바이오텍(085660)의 소액주주들이 30일 성남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제1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차바이오텍의 회계이슈 대응에 대해 성토하고 나섰다. 회사 측은 올해 경영혁신계획을 제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근거 없는 청사진`만 늘어놓고 있다며 주주들의 반감을 키웠다.

이날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주총이 열리는 회의장 앞에는 40~50명의 사람이 서성이고 있었다. 주주명부가 폐쇄된 이후 차바이오텍의 주식을 사들인 주주들로 주총장에는 들어가지 못한 채 내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소액주주가 옥외 집회 신고를 해 경찰도 대기하고 있었다. 다만 집회로 이어지진 않았다. 주총이 열린 회의장 200여석은 가득 찼으며 회사 측 집계에 따르면 이날 주총장을 찾은 인원은 470명에 달했다.

주총은 10시30분께 끝났다. 주총을 시작하고 1시간 넘게 회사 측과 주주 간 대화가 이어졌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8억8000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4사업연도 연속 적자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외부감사인과 경영진 간 의견이 엇갈리며 지난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측은 회계부서에서 미리 방비하고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총에서는 송재훈 차바이오그룹 회장 사내이사 선임 등 5개 의안은 원안대로 처리됐으나 송 회장 등 3명에게 총 9만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앞서 차바이오텍은 주주에게 서신을 보내 임원진이 부여받은 스톡옵션 가운데 미행사분과 신규 부여 예정인 모든 스톡옵션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주총이 끝나고 주총에 참여하지 못한 주주를 포함해 간담회가 이어졌다. 회사 측은 사업구조혁신, 수익성 제고, 주주보호방안 등의 경영혁신계획을 발표했으나 이에 대한 소액주주 반발이 거세지면서 간담회는 오후 2시를 넘겨 끝이 났다. 특히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의 주총 참석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삼정회계법인에 이날 주총 참석 의무가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액주주들의 고성과 욕설로 순식간에 주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소액주주는 “한번 신뢰를 잃은 차바이오텍은 다시 주주로부터 예전과 같은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직무태만에 무사안일이 더해진 회계팀의 씻을 수 없는 처참한 인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이날 발표한 회사 측의 혁신 방안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한 소액주주는 “지난번에 주주 서신을 통해 밝힌 방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구체적인 실적 개선 계획이나 혁신방안에 따른 수치 개선 효과를 명확히 제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영욱 대표는 “올해 계열사의 수익사업을 끌어오고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연말까지 3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차바이오텍은 연구개발(R&D) 부문의 구조개혁을 단행한다. 영업비용 중 인건비 비중이 높은 구조를 고려해 올해 상반기 내로 기초연구개발 부문을 분리 운영하고 상업화 개발(임상) 단계에 집중할 계획이다. 경영지원부서도 최소한의 필요인원으로만 구성한다.

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600억원 규모의 자산을 활용해 수익성이 좋은 유사업종 업체를 인수할 방침이다. 또 강남 역삼동에 있는 부동산의 임대 사업을 통해 연간 1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달부터 시행 예정인 임원 인건비 30% 삭감을 포함해 최대한의 경비를 절약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주보호를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자사주 108만여 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올해 어떻게든 흑자전환을 이뤄 관리종목에서 탈피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차바이오텍 주가는 전날 대비 1850원(8.58%) 내린 1만9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차바이오텍 주가는 지난 22일 감사의견 `한정` 감사보고서 제출을 밝힌 이후 47% 넘게 떨어졌다.

차바이오텍의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30일 성남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컨퍼런스홀 앞에 주총장 미입장 주주를 위한 대기 장소가 마련돼 있다.(사진=이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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