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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정신아號 공식 출범…"쇄신작업 속도 더하겠다"(종합2보)

한광범 기자I 2024.03.28 13:25:03

3개월만에 '내정자' 꼬리표 떼고 본격 쇄신작업
쇄신 통한 신뢰회복 가속화가 숙제…대규모 조직개편 단행
AI 사업화 총력…이상호 前SKT CTO, 최고AI책임자 임명
정신아 "사내외·주주 눈높이 맞는 혁신 이룰 것"

[제주=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카카오가 2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정신아 대표이사(CEO)선임을 공식화했다. 3개월 넘게 이어졌던 내정자 꼬리표를 떼어낸 정 대표는 경영쇄신 작업과 인공지능(AI) 중심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이날 오전 제주도에 있는 본사 사옥인 카카오 스페이스닷원에서 주총을 열고 정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처리했다. 주총 후 곧바로 소집된 이사회는 정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이사. (사진=카카오)


새롭게 카카오를 이끌게 될 정 대표는 경영쇄신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게 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에 오른 후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함께 카카오의 최고 전략조직인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으며 1000여명의 직원들과 만났다. 쇄신의 방향성과 세부실행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 정식 CEO로 선임된 만큼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 공략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지만,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로 그룹의 재무를 총괄하던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기소된 데 이어, 김범수 위원장 역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택시 시장을 혁신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 받고, 검찰 고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강력한 인적 쇄신 요구에 답할까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CEO를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설득하진 못했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이날주총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최근의 회전문 인사 논란에 대해 “쇄신의 방향성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정신아 대표에게 인적 쇄신과 명확한 인사원칙 수립을 촉구했다. 정 대표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해보이는 대목이다.

정신아 대표는 아울러 카카오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역량도 발휘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카카오는 계열사 자율경영을 폐기하고 CA협의체 중심의 그룹 중심 경영 체제로 바꿨다. CA협의체 공동의장인 정 대표로서는 카카오 그룹 전체의 성장 방향성을 제시해야하는 셈이다.

미래 성장동력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카카오는 AI 시대에 업의 본질을 AI플랫폼으로 바꿔야 하는 숙제가 있다.

테크 기업에 AI가 가장 핵심적 기술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할 수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AI서비스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홍은택 전 대표도 이날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트렌드에서 가장 큰 변화는 AI다. AI 시대를 카카오가 잘 준비한다면 카카오의 성장성은 충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아 대표는 AI 경쟁력 강화를 통해 카카오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전사적인 AI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흩어져 있던 관련 팀들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꾸린다. 해당조직 산하에는 다양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다수 조직을 만들어 빠른 실행과 R&D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 카카오가 보유한 플랫폼 개발 경험에 최신 기술을 더해 ‘일상 속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AI 중심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총력

이를 위해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이 CAIO는 SKT AI사업단장, 다음 검색부문장, 다이알로이드 창업자 겸 대표, 네이버 검색품질랩장 등을 역임한 국내의 대표적 AI·데이터 전문가다. 그는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 카카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 기술 및 서비스 개발 전반을 이끌게 된다.

정신아 대표는 “사내외의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또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대규모 조직개편도 단행한다. 이를 통해 급격히 성장한 사업 규모에 걸맞은 시스템 구축, 테크기업 다운 빠르고 명확한 의사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조직 및 직책 구조를 단순화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사업 및 목적별로 파편화돼 있던 기술 역량도 결집해 시너지를 일으키고, 테크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예정이다. 또 사업 성격에 따른 유연한 조직 구축 및 운영에도 나선다.

카카오는 책임 경영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사내외 이사도 신규 선임했다.

정 대표와 더불어 권대열 CA협의체 ESG위원장과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이 신임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앞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선진적 거버넌스 체계 수립 및 윤리 경영에 전문성을 발휘할 예정이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대표와 차경진 한양대 경영정보시스템 전공 교수가 합류했다. 함 대표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한 재무 및 자본시장 전문가다. 차 교수는 데이터 및 AI 분야 전문가로서 해당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 전략과 사업 기회 발굴에 적극적인 조언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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