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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잇단 축포 '최수연 네이버 2년'…숙제도 쌓였다

한광범 기자I 2024.03.14 15:58:30

파격 발탁 평가 속 사우디 등 글로벌서 잇단 성과
글로벌 생성형 AI 전쟁 속 빠르게 자체 LLM 개발
中커머스 앱 공세·유튜브 시장 장악 등 숙제 산적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14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최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잇단 성과와 더불어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 속에서도 네이버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지난 2년 간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네이버)
2022년 3월 최수연 네이버호 출범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1년생으로 2005년 네이버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던 최 대표는 2009년 네이버를 떠났다. 이후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대형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다 퇴사 10년 만인 2019년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로 네이버로 돌아왔다. 복귀한 지 불과 2년 4개월 만에 파격적으로 대표이사에 오른 것이다.

사우디서 잇단 성과…디지털트윈·AI·클라우드 중심

당시 최 대표의 선임에 대해 네이버 내부에선 글로벌 도약을 위한 네이버의 과감한 베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 대표 역시 취임 이후 ‘글로벌’을 강조했다. 그는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네이버는 최 대표 취임 후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 성과를 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억 달러(약 1318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구축 사업 수주였다. 5000억 달러(약 665조원) 규모 사업으로 평가받는 네옴시티로 대표되는 사우디의 IT 부흥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들을 제치고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AI·클라우드 등의 분야에서도 수년 동안 막대한 투자를 통해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적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최대 기업 중 한 곳인 아람코의 자회사인 아람코 디지털과 함께 중동 특화 소버린 AI·클라우드를 구축하기로 했고 사우디 교통 당국과는 함께 지능형 교통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우디의 IT 산업이 2027년까지 연평균 7.5%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에서 더 큰 기회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치열해지는 글로벌 생성형 AI 경쟁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년간 1조원 넘는 자금을 AI에 투자해온 네이버는 글로벌 생성형 AI 전쟁이 촉발된 후 빠르게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았다. 자체 LLM 출시는 글로벌에서 세 번째였다.

최 대표는 지난해 8월 “네이버는 매개변수(파라미터)가 1000억개 이상인 LLM을 자체 개발한 전 세계 다섯 개 기업 중 하나”라며 “네이버는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완료했다. AI는 기존 네이버만의 경쟁 우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네이버웹툰 美증시 상장도 연내 가능성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상장도 임박했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 모회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작업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6월쯤 증시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한 ‘웹툰’ 관련 회사의 미국 증시 상장이라는 점에서 네이버는 물론 국내 IT와 문화 측면에서도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최 대표는 이와 함께 네이버의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던 직원의 사망으로 네이버 조직문화의 대대적 변화가 요구되던 시기 취임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조직 진단과 인권 경영 전담 조직 신설 등에 나섰다.

네이버는 최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외형 성장과 내실 다지기에 성공했다. 네이버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며 2022년 8조2201억원, 2023년 9조6706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영업이익도 각각 1조원을 넘겼다.

안정적 리더십 속에서도 최 대표 앞에 쌓인 숙제는 산적하다. 네이버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커머스 부문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의 중국 플랫폼의 공세가 거센 것이 대표적이다. 광고 플랫폼으로서는 중국 앱들의 공격적 마케팅 덕에 수혜를 입겠지만 커머스 부문에서는 중국 앱들의 한국 시장 잠식이 가속화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글로 대표되는 빅테크들의 공습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검색 시장마저 뒤흔들고 있다. 검색 서비스가 네이버 경쟁력의 원천인 만큼 유튜브 시장 잠식이 이어질 경우 네이버의 위기감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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