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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살 아파트` 여야 정쟁 격화…"文정권 이권 카르텔" vs "尹정부서 착공"

김유성 기자I 2023.08.03 16:45:01

與, 전 정부부터 이어져온 `이권 카르텔` → 순살아파트
진상규명 TF 발족하고 "국정조사 하자" 野 압박
민주당 "서울-양평고속 이슈 물타기 목적" 반박
국정조사보다 국토위에서 "진상 가리자" 한판 예고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여야가 ‘순살 아파트 사태’의 책임을 놓고 대격돌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한국도시주택공사(LH)에서 발주한 철근 누락 부실공사를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건설사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필요 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있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논란을 덮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의견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이달 중순 열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책임 공방을 놓고 난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당정 “건설사 이권 카르텔이 원인”…文정부 겨냥

이번 사태는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면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철근이 설계보다 부족하게 시공돼 건물이 ‘순살을 드러내고 무너졌다’는 의미로 순살아파트가 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공격에 나섰다. 오는 4일 출범하는 당 차원의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순살아파트 공사 관련 진상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LH와 유착된 ‘건설사 이권 카르텔’이 아파트 부실시공의 주요한 원인으로 판단, 사전에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통해 명확해졌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건설 업계 내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고, 부실 공사 방지를 위한 입법 조치를 신속하게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 정부 국토부 관료를 직접 겨냥했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 당시 주택건설 분야 최고위직을 담당했던 김현미·변창흠 두 전직 장관은 당시 무슨 일을 했는지 국민 앞에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이번에 드러난 ‘무량판 공법’ 부실 지하주차장 사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려 온 이권 카르텔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여당에서는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추진해 책임자 처벌은 물론 불법적인 건설산업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진상규명 TF 수장을 맡고 있는 김정재 의원은 “뿌리 깊은 이권 카르텔로 부실시공이 일어났고, 국민 안전 뿐만 아니라 재산권이 침해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일종의 범죄”라고 적시한 뒤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잘못된 관행과 위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전형적인 물타기”…“국토위에서 가리자”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여권의 공격을 정치적 꼼수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여당이 물타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난데없이 여당이 국정조사부터 하자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에서) 자꾸 궁색해지니까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속하게 국토부가 전수조사해 결과를 내놓고, 국토위에 와서 보고해야 한다”면서 “정치적으로 꼼수 부리듯이 민생을 이용하는 것은 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국정조사보다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국토부를 상대로 진상을 가리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또 순살아파트 사태는 직전 문재인 정부 책임이 아닌 현 정부의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된 LH 아파트 15개 중 13개 단지는 윤석열 정부 때 시공·준공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수수방관하며 국민을 위태롭게 하고 각자도생의 사회를 만드는 게 윤석열 정부”라고 날을 세웠다.

야당이 날선 반응을 보이면서 이달 중순부터 열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초전을 활발하게 벌일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국토위가 가장 뜨거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슈 자체가 중대하고 국민적 관심사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여당에 협력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박 원내 대표는 “이번 문제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중대 사안으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실시공 처벌 강화, 감리 업체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라며 “신속하게 이들 법안을 처리할 것을 여당에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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