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전용잔'은 왜 제각각일까…"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

김범준 기자I 2022.04.22 16:23:03

라거·에일·람빅..발효 따른 맥주 스타일 다양
맛 외에도 후각-시각-촉각 특징 극대화 위해
머그·튤립·스템·파인트·필스너·바이젠 글라스
"여러 형태, 유리 두께로 최적의 맥주맛 선사"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맥주, 특히 수입맥주의 경우 해당 브랜드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전용잔이 존재한다. 일반 글라스로, 아니면 병 또는 캔째 마셔도 무방하긴 하지만 제각각의 전용잔에는 다 이유가 있다. 와인잔처럼 맥주도 스타일에 맞는 특정한 형태의 잔으로 마실 때 각각의 맥주가 품고 있는 맛과 향 등의 풍미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맛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감각은 미각이다. 하지만 후각 역시 맛을 인식에 약 70%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각과 촉각 또한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해 ‘진정한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일찌감치 맥주 문화가 발달한 유럽 주요 산지에서는 개별 맥주 스타일에 맞는 향·맛·탄산·색·거품을 가장 잘 보여주고 유지해주는 다양한 잔이 생산됐다.

맥주 스타일은 하위 카테고리까지 포함하면 수백 가지가 있지만 발효 방식에 따라 크게 ‘라거(lager)’, ‘에일(ale)’, ‘람빅(lambic)’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맥주잔은 ‘머그’, ‘튤립 글라스’, ‘스템 글라스’, ‘파인트 글라스’, ‘필스너 글라스’, ‘바이젠 글라스’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체코 라거 맥주 브랜드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는 ‘머그’ 형태 전용잔 ‘아이코닉 탱카드’를 사용한다.(사진=부드바르)
우선 ‘머그(탱카드·스테인 포함)’는 맥주잔의 가장 클래식한 타입으로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쓰이고 있다. 모든 종류의 체코·독일·영국·미국식 맥주를 마시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쪽에만 달려 있는 손잡이가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이다. 손잡이는 손의 열이 맥주로 전달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내구성과 단열성을 위해 상대적으로 다른 맥주잔보다 두껍고 무겁다. 그 중 ‘탱카드’와 ‘스테인’은 대용량의 맥주를 담을 수 있도록 크기가 크며 경첩이 달린 뚜껑이 붙어 있기도 한다. 스테인은 주로 돌이나 도자기로 만들어지며 세밀하고 화려한 문양이 조각돼 있어서 수집품으로도 인기가 좋다.

머그 형태의 전용잔을 사용하는 대표적 맥주로 오리지널 체코 라거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부드바르)’가 있다. 세계 최고 유리공예 기술을 가진 체코의 예술성과 ‘체코 국민맥주’라는 자부심을 담아 부드바르 맥주의 전용잔 ‘아이코닉 탱카드’가 만들어졌다. 일정하게 길게 파낸 홈의 패턴과 양각으로 돌출돼 있는 브랜드 로고가 어우러져 맥주의 황금빛 색상과 탄산을 모던하게 즐길 수 있다. 컵 끝이 살짝 모아지는 형태로 두툼한 거품과 향을 보다 오래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스페인 맥주 브랜드 ‘알함브라 리제르바 1925’는 그라나다 대표 건축물 ‘알함브라 궁전’ 특유의 기하학적 격자공예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튤립(씨슬) 글라스’ 형태 전용잔을 사용한다.(사진=알함브라)
‘튤립 글라스(씨슬 글라스)’는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바디와 나팔모양으로 살짝 열린 입구 모양이 특징이다. 보리와 홉의 풍미가 풍부한 맥주의 향과 맛을 상승시키는 한편 적절한 거품을 만들고 유지하도록 디자인됐다. 짧은 스템은 스월링(잔을 빙빙 돌리는 동작)을 보다 용이하게 해 오감을 더욱 자극하는 것이 특징이다. 튤립 글라스는 모든 스타일의 맥주의 개성을 잘 이끌어내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튤립 글라스를 사용하는 맥주 사례로 스페인을 대표하는 맥주 중 하나인 ‘알함브라 리제르바 1925(알함브라)’를 들 수 있다. 스페인의 역사와 전통이 깊은 남부 도시 그라나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 ‘알함브라 궁전’의 특유한 기하학적 격자공예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전용잔을 사용한다. 알함브라 맥주의 은은한 과일과 꽃, 아로마의 진한 풍미를 크리미한 거품과 함께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벨기에 밀맥주 ‘우르텔블랑’은 와인 글라스를 닮은 ‘스템 글라스’ 형태 전용잔을 사용한다.(사진=우르텔)
와인 글라스를 닮은 ‘스템 글라스’ 역시 모든 맥주 스타일에 어울리는 잔으로 통한다. 특히 ‘람빅’이나 ‘사우어 에일’ 같이 향과 맛이 깊은 맥주를 마시는 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기다란 스템을 잡고 맥주를 마시기 때문에 손의 온도가 맥주로 전달되지 않으며, 둥글고 넓은 바디에서 입구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는 향 또는 풍미의 요소들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

벨기에 스페셜티 브랜드 우르텔의 밀맥주 ‘우르텔블랑’은 스템 글라스를 전용잔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르텔블랑은 거품의 생성력과 유지력이 높고 크리스피한 탄산감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상면발효 방식으로 양조해 큐라소(오렌지 껍질)와 코리앤더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과일향이 도드라진 상큼한 풍미를 느낄수 있어 스템 글라스로 마시면 최적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파인트 글라스’, ‘필스너 글라스’, ‘바이젠(위트비어) 글라스’ 그림.
이 밖에 ‘파인트 글라스’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글라스로 밑부분보다 입부분이 넓은 형태를 갖고 있다. 특정 맥주의 풍미를 향상하지도 훼손하지도 않는 가장 무난한 잔 형태로 국내외 많은 맥주 펍과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컵 끝이 넓어 향이 빠르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천천히 향을 즐기는 맥주 스타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인트 글라스의 전신인 ‘필스너 글라스’는 길고 얇은 형태로 라거(필스너) 맥주의 탄산과 투명한 색깔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넓은 입구로 두툼한 거품을 유지하는데 좋지만 마찬가지로 맥주의 향은 쉽게 빠져나가는 구조다.

‘바이젠 글라스(위트비어 글라스)’는 밀맥주의 색이 잘 보이도록 글라스의 두께가 얇고, 기다란 높이와 글라스 윗부분에 두껍고 푹신한 헤드(거품층)가 생기는 적절한 공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바이젠 글라스는 500㎖를 담을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필스너 글라스(350~420㎖)보다 크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잔 유리의 두께가 얇을수록 열평형 도달 시간이 짧아지면서 맥주의 온도를 더 오랜 시간 동안 차갑게 유지해준다”면서 “집 또는 펍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더라도 맥주 스타일에 맞는 글라스를 사용하면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을 한층 더 끌어올려 당신의 맥주와 시간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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