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착한 투자‘…장기 수익률 위한 새 평가 기준”

김윤지 기자I 2020.09.29 14:21:01

김명서 한화자산운용 지속가능전략TF팀 팀장 인터뷰
“韓인프라 부족, K-뉴딜 정책에 기대”
“활성화 위해 기관 의지·책임감 중요”
“ESG, 정답 없어…끊임없이 시대 흐름 반영해야”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코로나19과 이상 기후 등 올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시장을 움직이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린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K-뉴딜 정책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분위기는 조성됐지만 ESG를 일찌감치 근본적인 투자 기준으로 삼은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여건은 걸음마 단계다. 한화자산운용 지속전략TF팀을 이끄는 김명서 팀장은 “국내 인프라도, 인력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ESG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관 투자자의 의지와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비재무적 가치 높아져, ESG는 필수”


김 팀장은 “과거에는 재무제표를 보고 계산기를 두드렸다면 이제 ESG가 장·단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시대”라며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을 예로 들었다. ‘좋은 기업’이었던 폭스바겐은 2015년 배출 가스 조작 혐의로 집단 소송에 휩싸였다. 그 결과 147억달러(약 17조20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내놔야 했다.

ESG는 ‘착한 투자’ 수준의 당위성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무형 가치를 가늠하는, 수익률과 직결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란 의미였다. 2015년 240유로였던 폭스바겐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그는 “환경 관련 규제와 교육, 통신의 발달, 가치를 중시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 젠더 불균형 해소 노력 등 시대가 변하면서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졌다”면서 “ESG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수익률을 내기 위한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기업 생존, 평가 기준도 변해야”

국내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부터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탄소 배출권 3차 감축 기간에 돌입하는 등 ESG에서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ESG 평가에 있어 ‘정답’은 없다”면서 “선행 과제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평가 기준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것처럼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선 평가 방법도 그때그때 업데이트 돼야 한다는 뜻이었다.

ESG는 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에너지원부터 청정해야 하는데 에너지 사업을 온전히 기업의 힘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는 K-뉴딜 정책에 기대를 걸면서 “환경 관련 인프라가 마련되고 사업에 관심이 높아지면 ESG 활성화로 자연스럽게 선순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G 펀드 봇물이지만…“인프라 구축 위한 기관 책임감 중요”

운용업계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잇따라 ESG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31개였던 사회책임투자 운용 펀드는 이달 기준 42개로 늘어났다. 일부는 ‘ESG 펀드’란 간판을 달았지만 대부분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담아 일반 주식형 펀드와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운용사별 차별화된 전략 부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진짜’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ESG가 자리잡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한국 ESG 시장이 성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변하는 트렌드에 따라 리서치의 폭도, 펀드 매니저의 사고 범위도 함께 확장돼야 하는 아직 시작 단계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외부 자문사의 ESG 스코어링 시스템에 의존하는 사례도 있다. 그는 “국내의 경우 분석 없이 ESG 등급만 존재해 정체성이 불분명하거나 과거의 지표를 사용하는 등 아쉬움이 있다”면서 “ESG 활성화에 대한 기관 투자자의 책임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도 ESG 팩터를 재무분석단계에 병합해 투자판단을 진행하는 ‘ESG 통합’ 전략을 사용하는 자체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팀장은 “단기 투자 성향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ESG는 선호되는 전략은 아닐 수 있고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투자전략으로 ESG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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