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마켓워치]<22>글로벌자금 블랙홀 된 中국채시장

이정훈 기자I 2020.08.13 13:06:59

전세계 국채시장 강세장에도 中국채만 나홀로 약세
코로나 통제 이후 빠른 경제회복에 위험자산 선호로
적극적 재정부양에 국채발행 늘어나 채권금리 올라
시장 안정 뒤 곧 통화부양 접어…안정적 통화 관리
외국인 투자금 물밀 듯, 위안화도 안정적 강세 유지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국채시장을 보면 금리가 제로(0)에 가깝거나 심지어 마이너스(-)까지 내려가 있습니다. 경기는 침체상태이고, 이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이 막대한 돈을 쏟아붓다 보니 자연스레 국채시장은 강세랠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해이든 브리스코 UBS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채권부문 대표는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 중국 국채시장이야말로 전 세계에서도 가장 훌륭한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중국 국채시장은 미국과 유로존 등 다른 나라 국채시장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 국채시장은 강세랠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부양조치를 내놓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 같은 돈 풀기가 국채금리를 아래로 끌어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책금리는 제로(0) 수준까지 낮아져 있고 추가로 양적완화 프로그램까지 가동되는 등 비전통적 통화부양 수단까지 총동원되고 있고 재정당국의 대규모 재정부양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제 마이너스(-) 실질금리도 요란 떨 일이 아닌 지경까지 온 것이죠. 현재 미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0.70% 언저리에 머물러 있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1.0% 수준까지 내려 왔습니다. 이뿐 아니라 만기가 같은 일본 국채와 독일 국채(분트) 금리도 각각 0.01%와 -0.48% 수준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유독 중국 국채시장만 이 같은 글로벌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10년만기 중국 국채금리는 지난 4월에 기록한 2.4% 저점을 딛고 이제 3% 위로 올라서면서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국채금리는 왜 이처럼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겪었던 만큼 가장 일찍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그 덕에 거시경제가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이는 증시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부추기고 있구요. 특히 미국과 유럽 등과 달리 코로나19의 재유행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지표 상으로 확인되는 중국 경제활동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친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여전히 기준선인 50 아래를 밑돌고 있는 미국이나 유로존과 달리, 중국은 이미 PMI가 50을 훌쩍 넘으며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 유로존의 복합(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 I) 추이. 중국 PMI가 앞서 반등한 뒤 확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로존의 PMI는 여전히 50선 아래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비교적 잘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 내 언론들도 연일 긍정적인 뉴스를 쏟아내면서 정책당국 역시 안정적인 흐름 속에서 금융시장을 잘 관리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이 때문에 전형적인 `주식시장 강세와 채권시장 약세`가 동반해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중국 국채시장은 향후 시장 내에서의 공급물량 확대 부담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재정확대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한 40년 간 단 한 차례도 연간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를 넘도록 용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재정정책에 있어서 일종의 금과옥조와도 같았고, 실제 지난해에도 재정적자 비율은 GDP대비 2.8%였습니다. 그런 중국이 올해 양회에서는 재정적자 비율 목표를 3.6%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의 재정적자는 실제 GDP대비 4~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졌고, GDP대비 3.6%의 재정적자만 상정해도 늘어나는 적자국채 발행량이 1조위안(원화 약 170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입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1조위안 규모로 코로나19 특별국채까지 발행하고 있으니 총 늘어나는 국채 발행규모는 2조위안에 이르게 되는 겁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국채 발행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끝으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가적인 부양적 통화정책 기조를 접고, 안정적이고 중립적인 기조로 통화정책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어떤 조치든 다 하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과는 스탠스 자체가 다른 것이니 국채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겠죠.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올 2월에 10bp, 4월에 20bp 각각 인하하는데 그쳤다.


물론 인민은행도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추며 경기 부양에 힘써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절정이던 지난 2월에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10bp 인하했고, 두 달 뒤인 4월에 20bp 인하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단 번에 150bp나 기준금리를 내린 연준에 비할 바가 아니었죠. 대신 1년 만기 중기 대출금리를 3.30%에서 2.95%로 내리는 등 다양한 유동성 공급수단을 활용했습니다.

그랬던 인민은행은 최근 경제지표가 살아나자 균형적인 공개시장조작으로 돌아서며 추가적인 돈 풀기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는 오히려 다소 타이트해지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궈카이(郭凱) 인민은행 통화정책국 부국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해 이뤄졌던 정책과 조치들은 그 목적이 달성된 이후에는 퇴장해야 한다”며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더구나 “시장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자금 흐름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오히려 금리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까지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최근 중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이들 세 가지 요인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멀리 보면 앞으로의 중국 경제 성적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당분간 중국 국채금리는 코로나19 회복국면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국채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금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경제 분석기관인 CEIC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중 위안화 표시 중국 국채를 사들인 외국인 자금 규모는 4조3000억위안(약 74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실제로도 다른 주요 선진국이나 이머징마켓 내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중국 국채의 명목금리는 대단히 높은 수준이고 달러화대비 헤지 비용을 감안해도 중국 국채는 투자매력이 높은 고금리 투자처니 외국인 투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중국 국채금리는 다른 선진국 대비 절대금리 수준에서 투자 매력이 높고 심지어 위안화 헤지비용을 감안해도 매력이 높은 편이다. (자료=HSBC)


아울러 이 덕에 위안화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민은행의 통화부양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데다 이렇게 외국인의 국채 투자수요가 몰리니 위안화가 절상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 속에서도 위안화가 오히려 `1달러=7위안` 아래로 내려와 안정적인 강세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다만 중국 국채금리가 계속 이렇게 상승할 것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주식시장이 추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면서 선제적으로 국채 투자를 줄였던 자국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을 더 이탈할 것 같진 않기 때문이죠. 공급물량 증가를 선반영했다 보니 향후 큰 폭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아울러 당장엔 안정적인 것 같아 보이겠지만 중국 경제도 낙관할 순 없습니다. 생산자물가 기준으로 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이며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수출이나 소매판매도 정상보다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강한 내수나 글로벌 시장 회복으로부터 아직 큰 수혜를 보지 못하다보니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추가적인 부양책을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인민은행도 이에 대비해 실탄을 비축해둔 뒤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 지급준비율이나 대출우대금리 인하 등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라면 국채금리는 추가 상승 후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국채금리의 상대적 투자매력이 해외자금 유입을 더 부추길 수 있고, 이는 향후 금리를 끌어 내리는 요인이 될 겁니다. 현재 중국 국채시장에서의 외국인 보유율은 9%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역내시장을 감안하면 전체 보유율은 5% 정도에 그치는데요. 얼마 전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글로벌 채권지수가 중국 국채와 은행채를 지수에 편입했고, 그 영향으로 내년이면 여타 글로벌 채권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국채 투자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도 올 들어 7월말까지 이미 219억달러(원화 약 25조9200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달러화 품귀 속에서도 우리 원화나 자본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버팀목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다 해도 코로나19 위기 이후 보여준 중국 당국의 대응은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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