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재개 한고비 남은 둔촌주공…최대 관건 ‘상가 분쟁’

문승관 기자I 2022.07.07 15:55:33

중재 나선 서울시, 조합·시공사업단 9개 쟁점 중 8개 합의 이끌어
“SH공사 사업대행자로 지정…합의 시 내년 2월쯤 일반분양 기대”
상가 둘러싸고 법적 소송·유치권 행사 등 문제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 불리는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지난 4월부터 84일 넘게 중단하자 결국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다.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간 쟁점 사항을 두고 10여 차례 이상 만나 이견을 조율한 결과 9개 쟁점사항 가운데 8개 조항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만 최대 쟁점인 상가 관련 조항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번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내년 2월쯤 일반분양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지만 공사 재개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가분쟁 조항은 아파트 조합과 별도로 운영되는 조직이어서 최종합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시는 7일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중단에 따른 중재상황 중간발표를 통해 “지난 5월 말 1차 중재안을 제시한 이후 조합과 시공사업단 측을 각 10여 차례 이상 만나 이견을 조율한 끝에 9개 쟁점사항 중 8개 조항에 대해 합의에 이르렀다”며 “그러나 마지막 상가 분쟁 관련 중재안이 미합의 상태다”고 밝혔다.

김장수 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장은 “공사재개에 앞서 조합 내부의 상가 관련 분쟁 해결을 원하는 시공사업단의 요구와 조합의 입장을 조율해 최종 합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공사중단이 장기화하면 조합원의 피해가 커지게 됨에 따라 조합원 의견수렴을 거쳐 서울주택도시공사를 사업대행자로 지정해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 내용은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최종 확정돼 효력이 발생한다. 김 과장은 “양측의 합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내년 2월 정도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합의를 완료하는 시점에 따라 일반분양 일정도 맞춰서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공사 재개 복병 ‘상가 분쟁’…대주단,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 불가

공사 재개의 복병은 ‘상가 분쟁’이다. 상가 분쟁은 조합이 한 차례 교체하면서 용역업체인 PM(프로젝트 관리) 회사와 계약을 해지해 발생했다. 상가는 아파트 조합과 별도로 조합을 꾸려 운영한다. 상가 조합은 지난해 옛 조합인 상가위원회에서 현 조합인 통합상가위원회로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현 조합은 옛 조합과 계약을 맺은 PM사와는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PM사와 계약을 맺었다. 옛 조합은 자신들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에 나섰고 옛 조합과 계약한 PM사도 현 조합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 중이다. PM사는 유치권 행사에도 돌입했다.

둔촌주공 조합은 상가 문제가 법적으로 정리된 상태인데 시공사업단이 공사재개 조건으로 상가 분쟁 해결을 내걸었다고 주장한다. 시공사업단은 상가를 둘러싸고 법적 소송과 유치권이 진행 중이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는 “상가는 상가 조합원의 권리 관계가 걸려 있어 조합 대표가 임의로 합의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을 조합원들이 공유하고 내부에서 논의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자 조합은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대주단은 내달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 규모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시공단은 대주단에 사업비 7000억원을 대위변제한 뒤 공사비와 사업비, 이자를 포함한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조합에 청구할 방침이다. 사업비 대출의 연장이 되지 않으면 조합원당 1억여원의 금액을 상환해야 하고 상환하지 못하면 조합은 파산한다.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이견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조합 내부에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로서도 둔촌주공은 도심 주택공급 측면에서 중요한 재건축 사업이다. 연초 부동산R114가 집계한 올해 서울의 분양예정물량은 3만4700여가구에 달했지만 둔촌주공, 이문1·3구역 등 대규모 사업이 줄줄이 밀리면서 공급이 쪼그라들었다. 둔촌주공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 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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