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우리가 몰랐던 전기자극치료의 세계 … EMS부터 ‘엘큐어리젠’까지

이순용 기자I 2024.03.12 15:16:22

전류방식, 주파수, 전압에 따라 효능 달라져 … 국내 개발 ‘엘큐어 1000’ FDA 등록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인체 에너지의 60%가량이 세포의 전기생리현상 유지를 위해 쓰인다. 즉 세포막 안은 음전하, 세포막 밖은 양전하가 대전(帶電)하는데 일정 전위차를 유지해야 세포막을 중심으로 이온들이 소통하며 에너지(ATP)를 생산하고 신호전달을 통해 생명현상을 영위할 수 있다.

고장난 몸, 병든 인체는 전기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전기자극치료는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에 비해 더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전기자극치료가 존재하지만 공통점은 피부를 통해 근육으로 전류를 보내며 이로 인해 병든 세포가 자극을 받고, 통증이 줄어들며, 조직을 치유하고,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나 운동교습실에서 다양한 전기자극치료(물리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크게 나눠보면 경피적전기신경자극(Transcutaneous Electrical Neuromuscular Stimulation, TENS), 러시아 전기자극(Russian Stimulation), 신경근 전기자극(Neuromuscular Electrical Stimulation, NMES),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EMS), 기능적 전기자극(Functional Electrical Stimulation, FES), 간섭 전류(Interferential Current, IFC), 고전압 갈바니 전류(High-Voltage Galvanic Current, HVGC) 등이 있다.

TENS는 일반 병의원이나 한의원 등에서 단기 및 장기 통증을 관리하는 데 흔하게 쓰는 물리치료법이다. 통증이 있는 부위에 전극을 부착해 통증을 줄인다. 환부에서 뇌로 전달되는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게 주된 원리다. 100~150밀리암페어(㎃)의 동전기를 펄스 방식으로 내보낸다. 저주파 전기자극으로서 보통 급성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주파수 80~120㎐의 전기를 고강도로, 만성통증의 경우에는 1~20㎐의 전기를 저강도로 흘려보낸다.

운동교습실에서 사용하는 EMS는 TENS와 유사한 방식이지만 근육강화, 근지구력 향상, 근육 회복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도록 설계돼 있다. NMES도 본질적으로 EMS와 동일하지만 운동용(훈련효과 상승)보다는 재활치료용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류를 사용해 단일 근육을 수축시킨다. 물리치료사는 피부의 다양한 위치에 전극을 배치해 적절한 근육섬유를 활성화한다. NMES는 경련하는 근육을 지치게 하여 근육 경련을 줄이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긴장을 풀 수 있다.

러시아 자극은 1970년대 러시아 연구자들이 EMS를 개량해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했다. 저주파가 아닌 고주파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정현파(sinusoidal wave)을 쓴다. FES는 기본적으로 NMES와 동일하지만 전기자극이 자동 제어돼 근육 수축을 기능적 움직임으로 변환시키므로 신경재활에 더욱 효과적이다.

간섭 전류는 일반적으로 십자형 패턴의 4개 전극을 사용한다. 전극 사이를 흐르는 전류가 서로 ‘간섭’하면서 더 높은 강도의 전류를 인체에 흐르게 하는 한편 피시술자는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HVGC는 고전압 및 저주파 전기를 사용하여 조직 깊숙이 침투한다. 통증 완화, 혈류 개선, 근육 경련 완화, 관절 이동성 개선에 효과가 좋다.

국내서는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이 HVGC 패턴의 전기자극치료기를 심화 발전시킨 ‘엘큐어리젠요법’을 개발했다. 이를 구현한 의료기기 ‘엘큐어1000’은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1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로 등록됐다. 100~800 마이크로암페어(㎂) 수준의 미세전류를 1500~3000V의 고전압으로 병소 부위에 흘려보냄으로써 통증 완화, 세포 활성화 및 재생, 혈액 및 미세순환 개선, 통증의 중증도 평가진단 등을 수행한다.

심영기 원장은 “엘큐어 1000은 교류 전기를 쓰고, 주된 사용 주파수가 60Hz로 세포막 재생, 미토콘드리아 활성화에 효과가 좋다”며 “세포막은 배터리로 치면 음전하를 저장하는 컨덴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엘큐어 1000은 세포의 전반적인 미세순환 개선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포막 내 음전하가 고갈돼 세포막 막전위 상태가 -30~-40 mV(정상은 -70~-100 mV)로 떨어지면 통증과 만성질환이 생긴다”며 “엘큐어 1000은 동전기가 아닌 정전기를 사용하는 것이어서 TENS에 비해 치료 시 따끔한 통전통이 남지만 그만큼 환부 깊숙이 음전하를 침투시키기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부터 개발에 매달려 거의 10년 만에 FDA 인증이라는 결실을 거뒀다”며 “HVGC 방식을 넘어선 사실상 새로 창조된 전류 방식의 신기술 치료기기가 엘큐어 1000이며, 그동안 겪은 숱한 고뇌와 시행착오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전기를 이용한 치료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피부과나 물리치료실에서 쓰는 전기영동(iontophoresis)은 직류 전기로 이온화된 약물을 피부를 통해 몸 안으로 밀어넣는 방식이다. 이는 피부과에서 피부미백 물질을 피부 아래로 보내거나, 어깨 석회성 건염에서 칼슘 침전물을 분해하는 약물을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3000볼트의 파장이 짧은(주파수가 500~1000Hz) 숏 펄스(Short pulse) 방식의 직류 전류를, 간암 주변 피부에 침을 꽂고 흘려보내 암세포를 사멸하는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IRE, irReversible Electroporation)을 써서 화제를 모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