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 상병 수사 항명 논란' 해병대 수사단장, 정식 보직해임

김관용 기자I 2023.08.08 16:02:57

해병대, 수사단장 '집단항명 수괴' 보직해임심의
"중대한 군 기강 문란, 심의 전 사전 보직해임 정당"
수사결과 및 사건 이첩 논란 지속…'윗선 개입' 의혹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사전 보직 해임됐던 박모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8일 정식 해임됐다.

해병대사령부는 이날 오전 장교 보직해임 심의위원회를 열고 박 대령에 대한 선(先) 보직 해임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정식 보직해임을 의결했다.

심의위원회는 “2일 故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결과 이첩 시기 조정 관련 사령관 지시사항에 대한 수사단장의 지시불이행은 중대한 군 기강 문란으로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의결 전 보직해임의 사유에 해당된다”고 봤다. 또 “향후 수사단장의 직무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하기로 의결했다.

박 대령은 30일 이내에 인사소청을 할 수 있다. 인사소청 심사결과 ‘혐의없음’으로 판명될 경우 인사관리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현재 이 사건은 해병대 수사단 자체 조사 결과 발표와 경찰 이첩 번복 과정에 국방부보다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앞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 보고서를 확인 후 결재까지 했다.

지난 달 22일 해병대1사단 김대식관에서 거행된 故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주요직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해병대)
하지만 다음날 이 장관은 해병대 지휘부에 이첩을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 법무관리실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 자료에 혐의를 적시할 경우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사실관계만 넣는 게 타당하다’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라는게 국방부 설명이다.

현행 ‘군사법원법’은 군인 사망 사건의 원인이 되는 범죄, 성범죄, 입대 전 범죄에 대한 수사·재판을 군이 아닌 민간 사법기관이 담당토록 하고 있다.

국방부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이같은 지시를 박 대령에게 전달했지만, 박 대령이 이를 무시하고 경찰에 사건 자료를 이첩했다고 보고 있다. 이 일로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고, 동시에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 보고서를 회수했다.

이와 관련, 박 대령 측은 이 장관이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 보고서를 결재한 뒤 그에 대한 명확한 ‘수정 명령’을 하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명’ 혐의를 적용한 것 자체가 원천무효란 입장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해병대 사령관이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정당하게 내린 지시를 해병대 수사단장이 불응해서 그것에 따라 보직 해임이 이뤄진 것”이라며 “보직 해임 건에 대해 현재 군 검찰단에서 증거자료를 인계받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대변인은 “거기(이번 수사결과)에는 사단장 외에 다수의 인원에 대한 혐의 내용 또는 범죄 내용이 적시돼 있다”며 “ 그 중의 거의 과반수가 하급 간부 또는 초급 간부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의 업무상에 어떤 과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범죄 혐의와 상당하고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우리 법무는 따져보고 그 의견을 장관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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